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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님 취급' 휴대폰 대리점 "못 믿겠다"


마트-양판점-편의점으로 다변화…'유통지도' 지각변동

"대리점 가면 어차피 자기들 많이 남는 폰 팔려고 다 속인다고 하대요. 차라리 마트에 가서 저한테 맞는 폰을 고르는게 나아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거주하는 주부 신정희씨(35세)는 3년 가까이 사용했던 휴대폰을 교체하려고 집을 나섰다. 정희씨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은 초기 모델이라 부쩍 느려지거나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배터리 시간도 짧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신촌과 홍대 번화가의 휴대폰 대리점들을 다녀봤지만 정희씨는 기분만 상했다. 가는 대리점마다 가격도 들쭉날쭉이고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에는 오히려 "검색 안해보셨어요? 요즘 이게 제일 싼거에요"라며 '뭘 모르는 고객' 취급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결국 정희씨는 집 근처에 있는 한 가전제품 양판점을 찾았다. 휴대폰 전문 매장을 마련해 놓고 다양한 단말기를 제조사별로 진열해 편안하게 고를 수 있었다.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개통할 수도 있었다.

[강은성기자] '휴대폰을 사려면 통신사 대리점(판매점)을 가야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동통신사 로고를 내 걸고 영업을 하는 매장 외에도 최근 대형 마트나 양판점, 심지어 동네 편의점까지 판매 루트가 확대되고 있는 것.

단순히 판매루트가 확대됐다는 사실만으로 휴대폰 구매자들이 분산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3사의 치열한 보조금 전쟁이 이어지면서 대리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보니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해 5월부터 시행된 '휴대폰 자급제'로 인해 유심칩만 꽂아 사용하는 자급용 휴대폰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점, 통신사의 망을 빌려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판매하는 '알뜰폰'이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대리점이 아닌 새로운 판매루트로 돌리게 하고 있다.

한 대형 휴대폰대리점 사장은 "요즘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얼어붙어 내방객 자체가 줄었다"면서 "그런데 보조금이 아니더라도 온라인으로 대충 검색을 해 보시고는 판매 직원들에게 처음부터 '이거보다 더 싸던데'라며 가격 흥정부터 하려고 하시거나 '속이는거 아니냐'면서 직원의 설명을 믿지 못하는 등 고객들의 신뢰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에 '지친' 가입자들, '마트'로 눈 돌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곳은 대형마트나 양판점, 편의점 등이다.

지난 3월21일부터 본격적인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한 홈플러스는 '초당 1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고 주부 등 통신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가입자가 1만4000명을 돌파했다. 21일부터 서비스를 개시, 매일 1천400명 이상이 가입을 한 셈"이라면서 "저렴한 요금과 홈플러스라는 신뢰도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6월부터 하이마트 매장 내의 모바일 코너를 단독 전문매장 수준의 독립적인 '숍인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하이마트'라는 이름으로 이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이마트 측은 매장내 한 코너를 별도의 독립적인 이름으로 운영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모바일 하이마트는 국내에서 출시되는 다양한 모바일 제품을 오픈형 체험테이블 위에서 직접 체험하고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며, 다양한 모바일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자연스럽게 내방객수도 늘어나 현재 모바일 하이마트로 개편한 매장은 단말기와 액세서리 매출이 개편 이전에 비해 최고 2배 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강대현 모바일 팀장은 "최신 모바일 제품을 깨끗한 매장에서 직접 비교 체험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지난 해 말까지 약 80여점을 모바일숍인숍으로 개편 했으며, 올해는 전국 하이마트 중 약 200여 지점을 숍인숍 형태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목골목 늘어선 편의점들도 가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알뜰폰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 이용객은 주로 20~30대 소비자들인데, 이 계층은 합리적 소비를 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업무용 휴대폰과 개인 휴대폰을 분리하길 원하는 분들이나 선불로 합리적인 통신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이 통신상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구매는 다양한 이유사 포함돼 있지만 이중 한가지로 '대리점에서 권해주는 단말기나 요금상품을 못 믿겠다'는 고객도 10%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한달에 최소 6만원 이상의 기본 요금을 내야 하는 상품과 100만원 안팎의 단말기를 일상적으로 권하는 대리점에 대해 '피로도'를 느끼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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