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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자 변신 최성국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다"


인생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두 가지 모두를 넘나드는 인생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배우 최성국이 그렇게 산다.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금요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배우 최성국을 만났다. 엉뚱하고 코믹해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무척 진지한 모습이었다. 최성국은 어느새 코믹 배우가 아닌 뮤지컬 제작자로 완벽하게 변신해 있었다.

"뮤지컬 제작이요? 하고 싶어서 했어요."

지난 4일 막을 올린 세계적인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의 한국판 공연의 제작자가 최성국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모두들 의아해 했다.

이에 최성국은 "제가 서울예전 연극과 출신입니다. 전공이 무대인거죠. 탤런트 시험에 우연히 합격하면서 연기자 길로 들어섰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로망은 무대였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모두 말렸다. 제작비가 엄청난데다 대형 라이센스 작품을 한국판으로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 큰 때문이었다.

"사실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국내 뮤지컬의 현실상 제작자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되지 못합니다. 특히 이 작품처럼 4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형 라이센스 작품은 더하구요. 하지만 돈이나 명예보다는 지금 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했습니다."

코믹 배우로만 알고 있었던 최성국에게 전혀 다른 면이 있었구나 싶어졌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진지하고 냉철한 제작자 최성국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 2월 영화 '구세주2' 홍보를 할 때 머리도 식힐 겸 세종문화회관으로 공연을 보러 갔었죠. 두 번째 보고 나서야 대사가 들리고 음악이 귀에 전해오더군요. 공연장을 나서는데 한국어로 된 노래로 듣고 싶어서 그 다음날 바로 이 작품의 라이센스권을 알아봤죠."

그가 공연을 본 것이 2월이었으니 한국판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까지 단 5개월 걸렸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제작팀과 협의하고, 대중 예술에는 엄격한 예술의전당 대관까지 성사시켰다. 도대체 이런 추진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케이스죠. 프랑스 측에서는 한국내에서의 제 인지도를 알아보고 흔쾌히 허락했고 상업 공연에 인색한 예술의전당 측도 작품성에 대해 높이 평가한 덕에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죠."

이후 그는 무대 뒤에 숨어 제작자로서의 역할만 수행했다. '배우' 최성국이 작품의 제작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연출이든 배우들에게든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연기를 하면서 연기자와 연출에게 제작자가 간섭하는 것이 가장 거슬렸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욕심은 연출과 배우들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 저는 서포트만 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덕분에 공연이 오르기 며칠 전까지 최성국이 '로미오앤줄리엣'의 제작자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그가 제작자인 것이 공개되면서 이번에는 수십억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형 작품을 순수하게 그 혼자 올렸을 리 없다는 온갖 억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어 공연 제작비 42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최성국의 지갑에서 나왔으며, 나머지도 직접 뛰어 다니며 투자 유치를 받아 충당했다.

"제작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모든 제작자들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전회 매진의 인기 높은 작품이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하게끔 된 시스템이 바로 한국 뮤지컬의 현실입니다. 지방을 포함해서 앙코르 무대를 3, 4번 올려여 겨우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죠."

경기 불황과 공연계 비수기라는 많은 악재를 딛고 뚜껑을 연 '로미오앤줄리엣'은 시작과 함께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졌다. 마지막날까지 전회, 전석 예매 완료됐다. 평일 저녁 몇 좌석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얘기.

서울 공연 이후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 등 5대 대도시를 돌며 지방 투어를 하고 연말에는 다시 서울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이제 시작이죠. 돈 벌려면 영화에 출연했겠죠. 공연을 보고 난 후배에게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대답으로 '이 작품은 재미있는 게 아니라 멋진 작품'이라는 답을 듣고 나서야 하길 정말 잘했다 싶더군요."

제작자든 배우든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살아가는 최성국의 얼굴에서 반짝 빛이 났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벌일지 궁금해진다. 제작자 최성국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올린 뮤지컬 '로미오앤줄리엣'은 8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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