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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로 방송·TV 시장 길들이기?


안테나 내장·암호화 기술 표준 등으로 유료방송·가전사와 갈등 심화

[민혜정기자]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사업자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 보급의 '무료·보편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 콘텐츠 보호 시스템이 TV에 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가전업체, 유료방송(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업체는 이 같은 지상파의 요구가 UHD 시대를 맞아 방송 시장 사업자들을 길들이려는 전략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UHD 방송을 둘러싸고 지상파가 가전사, 유료방송사들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상파는 UHD 본방송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급률을 높이려면 배급망이라 볼 수 있는 유료방송, 시청자들이 최종적으로 방송을 보는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가 협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TV 안에 안테나가 내장될 수 있도록 가전업체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 기준이 되는 한국정보통신기술표준협회(TTA)가 UHD 암호화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가전업체들이 조속히 암호 해제 시스템을 TV에 탑재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보는 직접 수신율은 6~7% 수준이다. 나머지는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이를 보고 있다.

지상파는 이 같은 환경에선 누구나 별도 비용 없이 UHD 방송을 시청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UHD TV만 있다면 누구나 별도 비용 없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며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위해 장비, 세트 등을 전면 교체하고 있는데 가전업체 등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가전업체들은 수백만원 TV를 만드는데 안테나는 1만원 수준"이라며 "스마트폰에 안테나를 탑재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TV에는 난색을 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가전업체는 이같은 요구에 TV 제조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단가를 1원이라도 낮춰 수익을 높여야 하는게 제조업"이라며 "국내 TV 출시에만 안테나와 콘텐츠 보호 시스템을 달면 다른 국가 제품과 형평성 문제도 있고, 안테나의 경우 디자인까지 고려돼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가전 업체 관계자는 "직접 수신율이 6%밖에 되지 않는데 이를 고려해 국내 출시 TV에 모두 안테나를 내장하라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며 "직접 수신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한 TV업체가 안테나를 넣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무료 ·양질 콘텐츠 공급하기 위한 일" vs "주도권 쥐려는 명분 만들기"

지상파가 원했던대로 미국식(ATSC3.0)방식이 미래부가 조만간 확정할 UHD 방송 표준으로 유력하다는 점도 유료방송 및 가전업체가 불만을 느끼는 대목이다.

미국식은 유럽식(DVB-T2)과 달리 인터넷프로토콜(IP)을 지원, 개인화 및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상파 방송을 IPTV처럼 만들 수 있는 셈이니 케이블TV나 IPTV업체로서는 이같은 방식이 달가울리 없다.

또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표준이 확정되지 않아 유럽식의 UHD TV를 만들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식 방식이 표준으로 확정되면 비디오, 오디오 전송 방식이 달라 이미 TV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별도의 변환 장치를 공급해야 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밀어붙인 표준 방식은 유료방송 영역까지 침범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이라며 "tvN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입김이 강해지고 광고 매출이 감소하다보니 UHD로 '슈퍼갑'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5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방송광고 시장 중 지상파 비중은 2006년 75.8%에서 2015년 55%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PP 사업자의 비중은 21.1%에서 38.9%로 올랐다. 또 PP의 광고 매출은 전년대비 10.3% , 1조3천520억원 늘었으나 지상파는 2%, 1조9천112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상파 관계자는 "유료방송 업체들과 콘텐츠 공급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은 사업자들간 갈등이고 소비자에겐 양질의 저렴한 콘텐츠를 제공하는게 우선"이라며 "미국식 표준이 도입되면 지상파가 저렴한 VOD도 쉽게 공급할 수 있을텐데 이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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