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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라"


자살보험금 지급 거부한 회사에 '엄정 조치' 방침

[김다운기자] 금융감독원이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고의적으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룬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며, 엄정 조치할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대법원은 자살보험금에 대해 '자살도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단을 내렸지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건에 대해서는 지급 여부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8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들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지만,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살에 따른 재해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3일 금감원은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 라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게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강경한 뜻을 전했다.

금감원은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 권순찬 부원장보는 "제재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임직원에 대한 문책 및 과징금 부과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이라며 "보험금 규모와 기간, 회사의 시정 노력 등을 판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 기준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2천980건에 2천465억원이며, 이중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천314건(78%), 2천3억원(81%)에 이른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지연이자를 합쳐 가장 규모가 큰 곳은 ING생명으로 총 815억원이다. 삼성생명(607억원), 교보생명(265억원), 알리안츠생명(137억원), 동부생명(140억원), 신한생명(99억원), 한화생명(97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금감원이 지급하도록 지도했는데도 보험회사가 지급을 미루다 소멸시효 때문에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2014년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ING생명에 대해 검사 후 제재조치를 내렸고, 생보들에 대해서도 자살보험금 지급 협조를 지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면서 지난 12일 대법원의 판결시점까지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 관련 계약의 80% 이상 시효가 소멸된 것으로 확인된다.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며, 지난해 1심에서 패소했다.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고의로 주계약 및 특약에 기재된 사망보험금 모두를 지급하지 않고 일반사망보험금 등 일부만 지급했더라도, 추가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의 보험가입자가 보장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보험사가 약관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모두 지급했을 것으로 신뢰하고 있는데, 보험사가 고의로 보험금을 누락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권 부원장보는 "민사적으로 소멸시효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제재 및 시정조치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며 "보험회사가 소멸시효 기간 경과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비자 믿음에 반해 민사소송을 지속하는 것은 경영진의 무책임한 판단으로 회사 이미지 실추와 금전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보험회사 윤리경영과 건전경영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금감원이 이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하는 한편,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검사·제재 및 시정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자살보험금 지급계획을 징구하고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며,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에 대해서는 지급절차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에 따른 자살방조 문제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문제와는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 부원장보는 "이미 논란이 된 자살 관련 약관은 2010년 1월에 개정됐으나 이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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