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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문화에 병든 韓기업…조직건강 '적신호'


대한상의-맥킨지, 종합진단 보고서 발표

[이영은기자] 상명하복식 지시와 상습적인 야근, 비효율적인 회의 등으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대한상공회의와 맥킨지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기업과 비교했을 때 약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분위기 ▲책임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조사한 결과, 글로벌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최하위수준 52개사 포함, 77개사로 조사됐다.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됐다. 반면 상위수준으로 진단을 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 포함 23개사에 그쳤다.

지속적인 성과창출을 가능케 하는 '지속성장 DNA'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은 50%로, 글로벌기업 66%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 캐치업을 도전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행중심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패러다임에 부응해 능동적인 변신과 다양한 사업기회 포착이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로는 습관화된 야근과 비효율적 회의, 과도한 보고, 소통없는 일방적 업무지시 등이 꼽혔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을 야근을 하고,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실제 조사에서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갑절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 등이 수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핸디캡과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꼽았지만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보다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꼽아 남녀간 인식차를 보였다.

◆기업문화개선 핵심열쇠는 'CEO 인식과 의지'

대한상의는 한국의 전근대적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을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가치관의 공유부재로 꼽았다.

그러면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액션아이템으로 사업원칙 확립, 업무지시 및 피드백 적합화, 업무배분 원칙확립 등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또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목표와 개인과업 동기화, 성과중시 평가체계 확립과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리더십 역량 및 가치관 공유부족은 리더십역량강화, 기업미션·가치설정·공유, 직무윤리 확립·공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을 밝혔다.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열어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층 연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민관팀플레이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기업의 조직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속성장의 DNA 형성, 구성원의 조직몰입,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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