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역할수행게임(RPG) 만큼 기존의 PC·콘솔 게임과 모바일 게임간의 격차가 큰 장르도 찾기 힘들 듯 하다. 정교한 조작이 가능한 키보드와 조이스틱 대신 터치 패드라는 기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게임성을 수정하는 과정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중국에서 건너온 '자동사냥'까지 보편화되면서 한국의 모바일 RPG들은 '역할을 수행하는(Role Playing)' 장르 본연의 특징이 무색할 정도로 그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변모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식화된 분위기 속에서도 남과 다른 차별화된 재미를 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바일 슈팅게임 '드래곤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대표 김민규)가 지난 10일 출시한 '나이츠오브클랜'이 좋은 사례다.
나이츠오브클랜은 각기 다른 외모와 특성을 지닌 다수의 캐릭터를 확보해 육성하는 이른바 수집형 RPG로 분류된다. 번쩍이는 갑옷을 걸친 멋진 기사부터 귀여운 몬스터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준비돼 있다. 또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들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도 갖춰져 있다. 주어진 스테이지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기본적 콘텐츠에서 아레나, 레이드 등 경쟁과 협력을 요구하는 콘텐츠들이 준비돼 있다.
나이츠오브클랜에서 눈길을 모은 요소는 이용자의 조작 요소를 극단적으로 배제했다는 점이다. 전투에 참여할 캐릭터를 선택하고 진형을 설정하는 것만 수동으로 지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전자동으로 알아서 진행된다. 특정 몬스터를 집중 공격하고 혹은 피해를 입은 아군 캐릭터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어 이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마치 팀을 운영하는 '감독'의 시점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게임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극단적인 자동전투를 채택한 셈이다.
때문에 이 게임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에 맞게 캐릭터를 조합하는 것이 관건이자 재미 요소가 된다. 나이츠오브클랜에서는 자신의 캐릭터 4인과 친구 캐릭터 1인까지 총 5인의 캐릭터로 파티를 구성할 수 있으며 자신의 전술에 맞게 진형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례로 맷집이 센 전사 캐릭터를 전진 배치시키고 체력은 약하지만 공격력이 강한 마법사 등을 뒤쪽에 배치해야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 수 있다.
이러한 나이츠오브클랜의 특징은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있어보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야구팀을 운영하는 매니지먼트 게임 등을 재밌게 플레이한 이용자라면 무난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역동적인 액션 RPG 등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무료함을 느낄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자동전투를 채택한 이 게임의 특성은 나이츠오브클랜을 플레이할 이용자층 역시 극단적으로 가를 여지가 커 보인다.
그동안 드래곤플라이트, 엘브리사와 같이 역동적인 액션 슈팅 게임을 선보여온 넥스트플로어가 정반대 성향을 띈 나이츠오브클랜을 선보였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 2012년 드래곤플라이트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한 바 있는 넥스트플로어가 극단적 자동전투를 앞세운 나이츠오브클랜으로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사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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