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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ISS에 삼성물산 합병비율 문제 공식 제기


ISS에 합병 관련 의견 제출, 표대결 영향 '촉각'

[박영례기자]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공식 제기했다. 내달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른바 표대결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ISS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지난달 합병 결의 이후 엘리엇측이 합병비율 문제 등 삼성측에 제기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

ISS는 해외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로 내달 초 이번 합병에 대한 의견서를 내놓게 된다. 해외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ISS 의견서가 이번 합병 성사를 가늠할 열쇠가 되는 셈이다.

다만 엘리엇측은 합병 결의 직후 이번 합병과 관련 삼성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았지만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지배구조 개편 등 합병의 당위성에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국 합병은 필요하나 현재 삼성물산에 낮게 적용된 합병비율 등을 수정해달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번 합병과 관련 자사 입장을 담은 전용 사이트를 개설, 장외전도 본격화 했다.

18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이번 합병과 관련된 전용 사이트 (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엘리엇측의 공식 입장과 함께 ISS 제출용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도 전격 공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엘리엇의 견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자산 가치 등을 이유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1대 0.35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 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합병 발표일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등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가 총 12조4천억원으로, 삼성물산 시가총액 8조1천억원의 1.5배에 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엘리엇은 이 보고서와 별도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 1.6로 재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또 보고서를 통해 양사의 합병 시너지 문제와 함께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합병법인을 축으로 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현행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돼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이들 주장은 앞서 엘리엇측이 주주제안이나 합병 결의 직후 삼성물산에 제시한 합병 반대안 내용과 동일한 것들이다.

실제로 제일모직이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수정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엘리엇 측은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의 직후인 27일 삼성물산에 합병을 반대하며 이같은 내용을 전달한 바 있다.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셈이다.

특히 엘리엇은 해당 보고서가 ISS 제출용으로 작성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 내용은 이미 ISS에 제출된 상태다.

엘리엇측은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할 수 없지만 ISS에 관련 내용은 이미 제출됐다"고 말했다.

엘리엇측이 삼성물산에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를 하루 앞두고 전용 사이트 개설 및 ISS에 제출한 내용을 전격 공개한 것은 내달로 예정된 주총을 위한 여론몰이, 이른바 세결집을 통해 표대결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져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엘리엇은 이번 보고서에 "모건스탠리, 크레디스위스, 메릴린치 등도 최근 양사의 합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적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번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통해 다른 소액주주 들의 지지 등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엘리엇은 이 같은 공세와 달리 이번 보고서나 앞서 삼성물산에 제출한 반대 의견때도 분명히 했던 합병의 당위성 등에는 사뭇 달라진 입장을 보여 변화에 주목된다.

이날 엘리엇은 공식 입장을 내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일모직이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으로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정조준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서 삼성 후계구도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 및 합병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나선 셈이다.

다만 엘리엇은 "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 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결국 엘리엇의 이번 공세가 합병을 반대하기 보다 7%대로 보유중인 삼성물산에 대한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합병 무산 가능성에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한 것도 엘리엇측의 이같은 변화의 한 요인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엘리엇 측이 ISS에 보고서를 내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함과 동시에 삼성물산 합병 당위성을 인정한 것은 합병을 자기측에 유리하게 이끌고, 이를 관철 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물산은 내달 표대결을 감안,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는 등 우호지분 확대에 나선 상태다. 현재로서는 지분 10%대를 보유중인 국민연금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표심이 관건. 내달 초 ISS 의견서에 따라 남은 표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삼성측은 이같은 엘리엇측 주장에 합병 비율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19일 심리를 시작으로 주총전까지 치열한 법리공방 등이 예상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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