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완승, 당청관계 변화 온다

[윤미숙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악재 속에서도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4.29 재보궐 선거는 당청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은 애초 새누리당에 불리한 지역이었다. 국회의원 선거구 4곳 중 3곳이 야당 강세 지역으로, 애초 여당 강세 지역인 인천 서·강화을에 1곳 더 승리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 대거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여권 전체가 직격탄을 맞았고, 당내에서 조차 전패 위기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새누리당은 인천 서·강화을 뿐 아니라 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 중원 등 수도권 3곳을 모두 석권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재보선 승리는 청와대의 도움 없이 새누리당의 개인기로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박근혜 마케팅'도 이번만큼은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레임덕 위기에 놓인 박 대통령의 숨통을 틔어 준 셈이 됐다.

이에 따라 향후 당청관계의 무게중심은 당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선거를 주도해 승리를 일궈낸 김무성 대표의 위상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조짐은 사실상 재보선 직전부터 감지됐다. 성완종 파문으로 여권이 수세에 몰리자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 자진 사퇴를 끌어냈고, 박 대통령에게는 대국민 사과를 압박했다.

이 전 총리 사퇴 이후 김 대표가 언급한 '호남 총리론'은 소신을 넘어 당청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김 대표와 '비박 투톱'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성완종 파문 관련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등 김 대표와 궤도를 같이 하고 있다..

이는 과거 친박계가 당권을 쥔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무조건 엄호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선거 전날 '와병 중 입장 발표'를 통해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내며 재보선 승리에 나름대로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당장 당청관계가 크게 역전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당청은 한 몸"이라며 "주도권을 잡느냐 안 잡느냐 하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 더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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