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애플 AS의 혁신? "수리비 안내면 폰 안돌려줘"


파손된 디스플레이 무조건 진단센터행, 유상수리 결정 철회 불가

[민혜정기자] "내 폰이 인질이 된 느낌이다.", "애플의 AS 혁신이 놀랍다."

애플이 손상된 액정 화면 수리 과정에서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없도록 국내 사후서비스(AS) 정책을 바꾸면서 아이폰 이용자들이 들끓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디스플레이 파손 문제로 소비자가 애플 공식 AS 위탁업체를 찾아도 이를 본사 직속 진단센터로 보내 수리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AS 위탁업체가 폰 상태를 점검한 뒤, 리퍼폰(Refurbished phone, AS 과정에서 회수한 단말기를 재조립한 제품)을 주거나 부품을 교환해 주는 형태로 AS를 진행했지만. 이를 일괄 진단센터에서 관리하겠다는 것.

소비자는 폰이 진단센터로 넘어가면 무료·유료 수리 판명에 관계없이, 수리를 철회할 수 없다. 이는 유료로 리퍼폰을 받는 대신 화면이 파손된 폰을 그대로 쓰겠다고 요청해도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폰을 볼모로 수리비를 요구하는 행태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보증기간(1년)내 아이폰의 디스플레이가 파손될 경우 위탁 AS 업체가 이를 수리할 수 없고, 무조건 본사 직속의 '진단 센터'에서 점검해 유·무상 수리를 결정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진단센터는 유형의 AS센터라기보다는 애플이 지정한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무형의 조직에 가깝다.

그동안 위탁 AS 업체는 유·무상 수리 여부 판단이 어렵거나 공정이 까다로운 부품의 경우 진단센터에 폰을 보냈는데, 규정이 바뀌면서 파손된 아이폰 디스플레이는 모두 진단센터로 보낸다.

AS업체가 폰을 진단센터에서 보내면 유·무상 수리를 결정하는데 휴일을 제외하고 최소 3일이 걸린다. AS센터에 가면 바로 리퍼폰을 받을 수 있었던 이용자들로선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인 셈이다.

애플 제품의 AS 상담원은 "보증기간 내 아이폰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문제는 무조건 진단센터로 보내게 정책이 바뀌었고, 기기 점검에 3일 가량 걸린다"며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AS 센터에서 기존처럼 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센터가 무상 수리를 결정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유상 수리로 결론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유상 수리에 부담을 느껴 서비스 철회를 요청하고, 수리되지 않은 채로 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폰이 진단센터로 넘어가면 '애플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서비스 주문을 취소할 수 없고, 계약을 철회할 수 없다'는 약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폰 사용자 오 모씨는 애플 진단센터가 배터리 문제로 유상 리퍼폰 결정을 내리자, 수리되지 않은 채로 자신의 폰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논란이 됐다. 오 모 씨는 결국 애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애플은 수리 서비스를 철회할 수 없다는 약관을 들어 맞섰다. 지난해 12월 1심에선 오 씨가 승소했다.

◆한국 소비자 배제하는 AS 정책 '도마 위'

이번 정책이 애플이 디스플레이 AS를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다. 기존에는 최신 아이폰의 경우 디스플레이 파손시 리퍼폰으로 교환해야지만, 규정이 바뀌면서 상황에 따라 디스플레이만 교체 할 수 있다 . 유상 리퍼폰의 경우 30만원 이상, 디스플레이 교체의 경우 15만~20만원이 든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파손 시 진단센터 외에 공식 AS를 받을 수 없고, 진단센터로 넘어가 있는 동안 폰의 소유권이 사실상 애플에 넘어가는 형태라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다. 애플이 리퍼폰 대신 부품 교체 결정을 얼마나 내릴 지도 미지수다.

이와관련해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이 사안에 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애플의 국내 AS 정책은 지속적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선 부품 교체가 일반적인데 리퍼폰의 경우 초기 환경 설정을 다시해야하고 데이터 이전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애플 직영 AS 센터가 없다보니, 위탁 AS 업체는 무상수리에 부담을 느끼고 진단센터로 손상된 폰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애플이 국내 소비자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애플은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있다"며 "공정위는 수많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애플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해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애플 AS의 혁신? "수리비 안내면 폰 안돌려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