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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핀테크산업 "규제부터 풀어야"


글로벌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기업 하나도 없어

[김다운기자] "앞으로 IT와 금융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의 역동성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경제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핀테크를 언급했다. 국정 과제로까지 언급될 만큼 핀테크가 금융업계와 IT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파이를 지키려는 금융업계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IT업계의 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발빠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핀테크 시장, 아직 걸음마 수준

지난 2008년에서 2013년까지 글로벌 핀테크 투자규모가 9억2천만달러에서 29억7천만달러로 3배 이상 급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금융과 IT의 융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결제시장의 경우 지난 2013년 2천23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7년에는 1조4천억달러로 연평균 60%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의 '페이팔' '구글월렛' '애플페이', 중국의 '위어바오' '알리페이' 등 해외의 모바일 결제·온라인 금융상품 등에 비해 국내 핀테크 시장은 한 걸음 뒤쳐진 감이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DC가 뽑은 글로벌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 기업은 단 하나도 없어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 다음카카오가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와 모바일지갑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핀테크 시대의 포문을 열었고, 지난해 10월 네이버의 '라인페이'가 출시되는 등 IT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적용 분야도 넓지 않다. 핀테크는 지급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예금·대출 등 금융과 IT를 융합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 모바일 지급결제 분야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까지 금융감독원 핀테크상담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를 보면 지급결제와 관련된 상담이 38건으로 전체(65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관련 법규 많고 진입장벽 높아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핀테크 시장은 기존 금융업체보다는 IT 등 비금융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엄격한 금융규제는 IT업체들의 핀테크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준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매니저는 "금융실명제나 고객 직접대면 규정 등에 막혀 서비스는 개발했지만 아직 인허가를 얻지 못한 업체들이 많다"며 "금융관련 규제가 워낙 많고 복잡하다 보니 리스트를 만들기도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뱅크샐러드' '페이게이트' 등의 핀테크 관련 서비스들이 개발됐지만, 금융실명제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제한적인 서비스만을 하고 있거나 해외를 통해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형편이다.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위해 5억에서 2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갖춰야 하는 규정이나 온라인통장 개설시 반드시 대면확인을 해야 하는 규정도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는 장벽이다.

모바일 OTP 등의 추가인증을 받기 위해 기존 금융기관이나 전자금융업자와 업무 제휴를 해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거나 일부 위탁을 하는 경우에도 높은 비용이나 시각 차이로 협상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례로 카카오페이의 경우 법적으로는 30만원 이상 결제시 공인인증서 사용의무가 폐지됐으나, 아직까지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이미 금감원의 보안 인증을 받았음에도 개별 신용카드사와의 협의 때문에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외환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의 여러 법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

금감원 핀테크상담지원센터 관계자는 "틀에 맞는 규제가 별도로 없다 보니 업체들이 유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1월 말에 핀테크 지원방안 발표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는 2015년 경제 정책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및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핀테크 활성화를 경제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IT 업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핀테크 관련 규제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하겠다"며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규율을 재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1월 말께 '종합 IT·금융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핀테크 관련 법 개정, 세부 정책 시행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업계·보안업계·인터넷업계 등이 참여하는 IT금융 융합회의를 격주로 개최해 실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업계 의견을 많이 수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도 지난해 11월 핀테크지원상담센터를 설치해 관련 법규와 제도 지원 등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수준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 스타트업 업체 관계자는 "실제 기업들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천수답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성열 다음카카오 매니저는 "국내 금융산업의 규제가 다른 영역보다 강력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해외 사업자에 비해 국내 핀테크 산업이 뒤쳐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규제가 완화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올해에는 더욱 핀테크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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