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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한전부지 통 큰 인수, 임단협에 '역풍'


노조 "황제경영 폐해" 비난, 부분파업 돌입…소송 등 후폭풍오나 우려

[정기수기자]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웃도는 10조5천500억원으로 낙찰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올해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의 새 변수로 떠오르면서 역풍을 맞는 형국이다.

사측은 한전부지 매입을 '미래를 내다 본 100년 대계'라 설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비상식적인 황제경영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인수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의 한전부지 인수 결단이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25일 현대차 노사는 앞서 지난 22일 제22차 임협을 열고 잠정합의안 도출을 위한 교섭을 재개했지만 주요 쟁점인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노조가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3일과 24일 울산공장 1·2조가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전주와 아산공장, 판매, 정비분야, 남양연구소도 각각 2시간씩 파업했다.

25일에는 파업 수위를 높여 4시간씩 파업하고 울산공장 본관에서 파업 집회도 열 예정이다. 오는 26일에도 4시간씩 파업을 이어간다. 다음주 노사간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 테이블에 노조가 새로 들고 나온 '한전부지 고가 매입' 카드가 이번 파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업계에서는 노사가 통상임금 확대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한전부지 인수가 여전히 협상 타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뜻하지 않게 유리한 협상 카드를 손에 쥔 노조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대한 시간을 끌 명분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업계와 금속노조를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올해 통상임금 확대 안건을 주요 쟁점으로 밀어붙이며 협상을 진행해 왔다"면서 "최근 완성차업계는 물론 타 업종도 통상임금 적용 문제를 추후 논의키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사측 뿐 아니라 노조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조가 통상임금은 당장 확대로 가기보다는 법원 판결에 맡기고, 대신 노조는 정년연장과 성과급 확대 등의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해 간신히 돌파구를 찾게 되더라도, 여전히 한전부지 인수가 협상 불발의 불씨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새로운 협상 카드로 쥐게 된 '한전부지 인수' 문제로 협상 기간을 끌 명분을 갖게 됐다"면서 "노조 측 입장에서 더 나은 협상 결과를 내기 위해 시간을 끌며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전부지 인수 임협 '복병'…노사 갈등 장기화 되나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노(勞勞)갈등이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이 임협에 한전부지 인수 문제가 새 변수가 되면서 파업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파업 손실은 올해도 조 단위를 넘는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비용 1조4천억원으로 회사가 경영난에 직면한다면서 한전 부지 매입에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을 여력은 있냐"며 "회사는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요구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부지 낙찰가(10조5천500억원)는 현대차의 한 해 인건비(6조원)를 웃돈다.

또 "회사가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R&D(연구개발)에 투자했더라면 노조와 국민은 현대차의 발전전략에 대해 여론과 힘을 모아주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몽구회장의 과욕이 노조와 주주들의 이익을 외면했다는 주장인 것.

더욱이 정 회장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 이사들을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고발 움직임도 일고 있어 상황이 악화될 조짐마저 일고 있다.

실제로 경제개혁연대는 한전 부지 입찰 참여를 위한 현대차 등 3개사의 이사회 회의 의사록을 보고 이사들이 '백지위임'을 했다면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등 3개사 이사회는 입찰 가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한전부지 인수 안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각 이사회가 적법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입찰 가격 등을 결정했는지를 확인하고, 추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대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주식의 45%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도 배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 한전부지 고가 낙찰을 놓고 주주들이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주주 대표 소송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낙찰자로 결정된 지난 18일 하루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각각 9.17%, 7.80%, 7.89% 하락해 주주들이 손실을 입기도 했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는 12%나 빠졌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10%, 11% 하락했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자금이 글로벌 부품사를 인수합병(M&A)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 등 본연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회사는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작년 한 해 동안 연구개발비로 약 12조5천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현대차가 투입한 연구개발비의 약 6.7배 수준으로 기아차가 지난해 투자한 약 1조2천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합해도 폭스바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이번에 한전 부지를 매입하는 데 투자한 금액은 폭스바겐의 1년치 연구개발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한전부지 인수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닌 신사옥 건설을 통한 미래를 내다 본 전략적 투자"라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손실 1조 넘길듯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아차 광주공장과 경기 화성, 경기 소하리 공장 노조는 지난 24일 1조와 2조가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오는 26일에는 수위를 높여 1조와 2조가 각각 6시간씩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환율 리스크와 내수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노조의 부분파업이 계속될 경우 올해도 조 단위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과 28일에 이어 이달 23일, 24일 부분파업과 함께 특근·잔업 거부 등으로 인해 차량 3만4천500대를 생산하지 못해 7천600억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실시되는 부분파업까지 포함하면 약 4만4천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9천100여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24일과 26일 부분파업 및 특근·잔업 거부 등으로 총 1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1천650여억원에 달하는 매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차질 규모를 합칠 경우 약 1조750억원(5만4천여대)에 달한다.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2012년에는 13만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7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7만3천여대의 생산 차질로 1조5천억원의 매출 피해가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부품 협력업체들의 타격도 크다. 노조의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은 자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총 손실액은 2012년에는 8천억원, 지난해에는 5천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이미 노조파업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실적 감소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국내 4만8천143대, 해외 30만9천555대 등 전년동월(38만285대) 대비 5.9% 줄어든 35만7천698대를 판매했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5만대를 밑돌았다.

같은달 기아차도 국내에서 3만6천3대, 해외 18만1천435대 등 총 21만7천438대를 판매해 전년동월 대비 3.0% 줄었다.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8월(3만9천대)보다 7.7% 급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부분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했다"며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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