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재현회장 실형…침통한 CJ "상고 한다"

[장유미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이 1천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키로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건강상태 등 여러 상황을 감안, 집행유예를 기대했지만 실형이 선고 되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당장 CJ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 나타난 손경식 회장을 비롯해 이채욱 부회장, 허민회 경영총괄 등 CJ그룹 임직원들 역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현재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또 재판부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고, 횡령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외자금 조성으로 인한 603억 원의 법인자금 횡령 혐의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 측의) 항소 이유가 적합하다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증여세, 가산세 납부액 상당을 조세포탈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이 회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여 조세포탈액 역시 감액했다.

이 회장의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단,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범죄액수는 조세포탈 251억 원, 횡령 115억 원, 배임 309억 원 등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이유와 건강 상태 등을 감안 감형을 결정했지만, 실형을 선고해 향후 대법원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어질 조짐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행위는 장기간에 걸쳐 다수 직원을 동원해 은밀하게 이뤄진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되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 회장이 초범인데다 포탈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CJ글로벌홀딩스 신동기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성용준 CJ제일제당 부사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배형찬 CJ재팬 전 대표와 하대중 CJ E&M 고문은 원심과 같은 판결을 받았다.

◆"실형 아쉽다"…CJ측 "상고 방침"

이 회장 측은 주된 항소이유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에 대해 다소 안도하는 눈치지만 실형 선고에는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회장 변호인측은 "우리 측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에 대해 환영하며,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그 외 판단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원심보다 형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항소심 결과에 불복, 상고 한다는 방침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조만간 변호인단과 상의해 상고심을 통해 다시 한 번 법리적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의 실형이 선고되자 오너 부재 장기화로 여러 사업이 지연되면서 경영차질을 빚고 있는 CJ그룹은 또다시 위기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많이 악화돼 수감 생활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수감 생활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건강 상태가 심각함에도 실형이 선고돼 매우 안타깝다"며 "경영 공백 장기화로 인해 사업 및 투자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계 역시 이번 항소심 결과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CJ그룹이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수년전부터 진행해오던 대형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되는 등 이 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가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일로)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추진하고 있는 사업 또한 차질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