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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난 현대차 '파업' 갈까?


중노위 조정에도 노조 파업 수순…사측 "이견 조율 나설 것"

[정기수기자] 여름휴가를 마친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 수순를 밟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좀처럼 노사간 갈등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노사에 대해 '더 협상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지만 노조는 파업 수순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중노위의 조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협상은 추석 전 타결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업 가능성 높은 가운데 사운까지 거론되는 현대차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실적이 원화 강세 등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면서 적신호가 들어온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도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도 불투명한 만큼 노조의 파업 돌입 여부에 사운(社運)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중노위는 11일 조정 회의를 거쳐 현대차의 쟁의행위 신청에 대해 "노사 양측이 추가 교섭할 여지가 있다"며 '행정지도' 판정을 내렸다. 노조는 전날 중노위에 다시 조정신청을 했다. 행정지도를 받으면 쟁의조정 신청 후 10일 동안 노사가 조정기간을 갖도록 규정돼 있으며, 이 기간에 노조가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생산현장 파업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노조는 중노위의 행정지도와는 별개로 파업 돌입을 위한 수순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한 뒤 오는 14일부터 3일간 전체 조합원 4만7천여명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찬반투표 가결시 이르면 18일을 전후해 단계별 파업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사측은 조정 기간 중 노조 측과 다시 이견 조율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통상임금 확대 등을 비롯한 주요 쟁점에 대한 노사간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부결된 사례가 없어 이번에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는 노동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상임금 확대 이슈가 걸려있어 양측의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이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진행한 점도 파업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는 부분이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핵심 쟁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다.

앞서 쌍용차와 한국GM의 경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에 대해 노사가 동의하고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현대차는 쌍용차나 한국GM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개월 기준으로 15일 이상 일해야 상여금을 준다'는 조건이 걸려 있어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것. 또 일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이 난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근이나 잔업 등 초과 근무가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많아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현대차그룹은 첫해에만 13조2천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이원희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여름휴가가 끝나고 나서 본격적인 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협상의 장기화를 시사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활한 타결을 위해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노사간 이견이 커 파업 돌입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13일 부재자 투표를 시작으로 14일 1~2직 근무자를 나눠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설 예정이다. 기아차도 노조 설립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줄파업을 치르며 생산 차질을 겪어왔다.

파업하면 조 단위 손실 불가피

업계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와 내수침체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체제로 돌입하면 올 하반기 조 단위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 결렬로 15일간 울산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차량 5만191대를 만들지 못해 1조225억 원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를 포함해 지난 한 해 동안 노조의 각종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은 2조203억 원에 달한다. 해외시장 판매에서도 차질을 빚었다.

현대·기아차 부품 협력업체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만약 양사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설 경우 협력업체들은 자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파업에 돌입하면 조업 중단으로 인해 협력업체도 생산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 현대·기아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협력업체의 경우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되는 셈으로 생산 차질액 대부분이 손실로 직결돼 매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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