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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고개 숙인 황창규 KT 회장


고객정보 유출 머리숙여 사죄, "1등 KT 기반 삼겠다"

[강호성, 허준기자] 지난 7일 오후 1시30분. KT는 세종로 광화문 사옥에서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 발표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기철 CIO(IT부문 책임자, 부사장)이 나설 예정이었지만, 황창규 회장이 기자실로 들어섰다.

굳은 표정의 황창규 회장은 브리핑에 앞서 고객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했다. 그는 "보안시스템 강화를 약속드렸음에도 또다시 유사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객정보가 두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유출된 것은 IT전문기업을 내세우고 있는 KT로서는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아울러 "제가 새롭게 경영을 맡은 이상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매듭지어 회사가 1등 KT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원인규명을 통해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고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철 부사장은 황 회장이 직접 나선 이유와 관련, "회장이 취임 후 최고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1등 KT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악재가 계속 터지고 있다"며 "이유야 어떻든 회장이 직접 사과해야겠다고 판단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870만 고객 정보유출 당시 KT는 이석채 회장 대신 표현명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위기의 KT를 살리겠다며 지난 1월 취임한 황창규 회장. 그러나 그가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처음 나타난 것은 사죄의 자리였다.

취임 후 첫 언론과의 만남은 '사죄'

이번 사건을 엄밀히 보면 전임 회장 시절 발생한 일이다. 2012년 해킹 홍역을 치뤘지만 지난 1년 동안 '대문(홈페이지)'이 무방비였던 셈이다. 1천200만명의 정보유출도 문제지만 지난 2012년 870만명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털렸지만,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것이다.

김기철 부사장은 "2012년 해킹 사태 이후 보안관련 4가지 약속을 했지만, 프로젝트가 늦어져 영업전산시스템 교체를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보안 업계가 이번 해킹은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 안이한 대응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결과를 밝히기 전날에서야 KT는 고객정보를 해킹당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무엇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이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문제는 사회적으로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두려움을 주는 마당에 가입자 1천600만중 1천200만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단순히 담당자만 처벌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통신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을 걱정했다.

가입자 감소에 영업정지까지

KT는 전임 이석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뒤숭숭한 분위기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현장의 곳곳에서 누수현상이 벌어져 왔다. 지난 1년동안 KT의 순수가입자(알뜰폰 가입자 제외)는 65만4천89명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 역시 가입자가 29만2천881명 감소했지만 SK텔레콤의 알뜰폰가입자가 39만4천52명 증가해 결과적으로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점유율 50%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LG유플러스는 순수가입자가 88만1천541명이나 늘어났다. KT는 올해 1월 3만4천67명, 2월 4만9천55명 등 올해 들어서도 가입자가 순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물량공세로 보조금을 투입해 가입자를 다시 뺏아 오는 것도 쉽지 않다. 보조금 과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문제를 지적하고, 당국에서도 과열경쟁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 지급과 이행명령 불이행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사별로 45일 간의 영업정지 제재를 가했다.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사마다 45일씩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다"며 "분실이나 파손에 대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기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업정지 자체가 KT의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돌아가면서 '쉬는' 까닭에, 점유율이 금방 회복된다. 그럼에도 경쟁사들의 보조금 공세에 수세적이었던 KT가 가입자 감소세를 돌려 놓을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1등 DNA' 끌어낼 리더십은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회장은 지난 1월27일 취임하며 직원들을 향해 "잠들어 있는 1등 DNA를 되살려 KT인의 자긍심과 명예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주력인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융합의 영역으로 발전시켜 '1등 KT'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뿐만 아니라 정체된 직원들을 향해 "경영진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분담에 솔선수범하자"고 했다.

하지만 임기 시작부터 가입자감소와 영업정지, 여기에다 자회사 KT ENS 직원이 연루된 사기사건에 휘말렸다. 경영전략도 실행하기 전 이곳 저곳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6일 오전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주재한 정책협력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TV나 단말기를 잘한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IT강국이 될 수 없다. 콘텐츠와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이 진정한 IT강국"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취임해서 보니 보조금과 관련해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부끄럽다"며 "보조금에 올인하니 다른 여력이 없어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도 없으며, 보조금 근절없이 IT강국이라는 비전은 없다"고 강조하며 비정상적인 '통신판'을 비판했다.

업계와 주주들은 삼성출신 황 회장이 KT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KT의 현 상황은 임기초반 황 회장이 '위기를 뚫는 저력이 있는지'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전문가는 "황 회장이 삼성과의 협력방안 마련을 계열사에 요구하는 것은 초기 성과를 내기 위한 방편"이라면서 "얼마전까지만해도 유학대학원에서 동양사상으로 삶의 지혜를 구한 황 회장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볼할 수 있을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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