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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엠코·엔지니어링 합병 추진…후계구도 포석?


합병 후 현대건설과 재합병 가능성 높아…정의선 부회장 지배력 확대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업체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추진한다.

건설 분야 계열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합병을 통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회사가 상장하거나 상장사인 현대건설과 추가합병할 경우 우회상장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극대화된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의 지분율 25.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4일 현대건설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주요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결정 시점 또는 1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부연했다.

양사 합병가능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미 재계에서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양사는 합병 시기를 오는 4월께로 잡고 실무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13위인 현대엠코는 빌딩·도로·항만·주택 등 토목·건축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84%를 차지하고, 시공능력 평가순위 54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등 플랜트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한다. 국내매출 중심의 현대엠코와 해외설계 강점을 지닌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할 경우 양사 합산 매출액은 5조원대로 업계 8위권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하지만 궁극적인 합병 배경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엠코의 지분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즉 합병회사는 기업 가치를 높여 상장하거나, 아니면 현대건설과의 합병 수순을 밟고 이후 코스피에 우회 상장될 것이라는 얘기다. 어느 경우든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급상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은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며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설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유용한 방안으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어떤 방식이든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정 부회장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6%를 사들여야 한다. 약 5조원가량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은 글로비스 31.88%(2조7천억원)와 비상장사 현대엠코 25.06%(증권업계 추산 5천억원)로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분율이 높은 현대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 이후 합병회사와 현대건설을 다시 합병하는 과정을 거쳐 보유지분을 매각, '실탄'을 마련한 뒤 지배 구조상 가장 약한 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을 한다면 그룹 내 계열 건설사들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구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달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회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한다.

현재 현대엠코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35.06%로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만, 합병 이후에는 20% 밑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의 합병회사를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를 키워왔다. 정 부회장이 2001년 3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 지원을 통해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 9조6천억원을 돌파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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