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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파장, 대기업보다 中企 '직격탄'?


생산직 수당 등 ↑…영세중기 압박 커질 듯

[박영례, 정기수기자]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들이 이에 따른 여파를 가늠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행 임금체계가 복잡해 당장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른 파장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당장 생산직 근로자들의 수당이 크게 뛰는 등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생산비중이 높은 대기업보다 국내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져 이번 판결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영세중소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되는 등 파장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김소영 대법관)는 자동차 부품회사 갑을오토텍 근로자 김모씨 등 295명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 2건에 대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한테만 주는 생일축하금, 휴가비, 김장보너스 등 복리후생비 명목의 임금들에 대해선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대법원이 논란이 됐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함에 따라 파장이 만만찮을 조짐이다.

통상임금이란 회사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주는 임금을 뜻한다. 기본급·직책 수당 등이 포함되며 휴일·야근 수당, 퇴직금 등을 계산하는 데 기초가 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지난해 3월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하면서 쟁점이 됐다.

◆파장 얼마나…기업들 대 혼란

이날 대법원 판결을 받아든 기업들은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다. 이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늘지, 또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을 어디까지 볼 지를 두고도 혼란이 일고 있다.

가령 삼성의 경우 이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반기별 '목표 인센티브(Target Achievement Incentive: TAI)'나 연초 지급되는 '초과이익분배금(PS, Profit Share)'이 포함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TAI는 성과에 따라 기본급 대비 50~100%를, PS는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 지난해 삼성이 지급한 PS 규모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같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경우는 '일률적'인 경우가 아니어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삼성이 현재 검토중인 신경영 20주년을 기념,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일괄 지급할 경우 는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통상임금 산정에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기업들도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 그러나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면 기업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국내 기업 전체가 노동자들에게 환급해야 하는 체불임금 규모는 최소 38조5천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 상여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이번 판결로 기업들의 인건비 추가비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신규인력 채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별 임금체계에 따라 여파도 제각각 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경우 현행 연봉에 상여금이 포함돼 있는 상태. 다만 항목상 수당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과 상여금 항목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흔해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로 상여금을 반영한 통상임금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수당 등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적으로 수당이 많은 생산직 근로자 들의 수당 인상 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나마 이들 전자업체와 같이 생산시설이 해외에 많은 경우는 나은 상황. 국내 생산이 많은 자동차 등 업계는 이번 판결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정되면 첫 해에만 13조2천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GM은 이미 지난 7월 유사소송에서 패소하고 8천억원 충당금을 지난해 회계에 반영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각각 9.3%, 9.4%, 4.2%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한국GM 등은 대법원 판결에 앞서 미리 몇 개의 임금개편 시나리오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다"면서도 "공통적으로 재계 모두가 임금 부담이 높아지는 데 부담이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미리 준비했던 시나리오 중 대법원 판결에 맞는 안을 갖고 노조 측과 협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中企 타격 우려…투자유치 및 생산시설 해외이전 후유증도

더욱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할 지 여부가 노사합의에 따라 적용되는 만큼 협상력을 지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영세제조업체의 경우 이번 판결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시 중소기업의 비용 증가가 14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없어 비용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최악의 경우 폐업 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거나,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계 기업들의 경우 이번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한국에서의 생산비용 증가로 사업 재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금속노조가 통상임금과 관련한 줄소송에 나설 경우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가 단계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GM이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쉐보레 브랜드의 판매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도 한국의 통상임금 문제 등 생산성 부분이 고려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서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압박한 바 있다.

르노그룹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합작공장을 짓고 오는 2016년부터 연간 15만 대 자동차를 생산하기로 하면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물량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방한한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은 "한국 자동차업계의 임금이 높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가장 경쟁력 있는 공장에 생산 물량을 분배할 수밖에 없다"고 생산물량 이전을 시사했다.

이에 따른 고용 감소 등 결과적으로 정부의 일자리 및 투자 확대 등 정책에 반하는 결과로 피해가 소비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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