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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 "과분한 인기, 버거운 적 있었다"(인터뷰)


김현석 감독과 두번째 호흡한 영화 '열한시'로 관객 만나

[권혜림기자]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심한 사람일 것이라 예상했다. 사실 방점은 '가볍고'에 찍었었다. 배우 최다니엘을 떠올릴 때 여전히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속 양수경을 빼놓을 수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제외한 세상엔 대체로 깊은 관심을 두지 않던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속 이지훈의 모습도 최다니엘의 실제 모습을 예상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새 영화 '열한시'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가 직접 만난 최다니엘은 양수경과 이지훈을 절반씩 섞어 놓고도 말로 표현 못할 의외의 분위기까지 풍기는 사람이었다. 얼핏 차가워보이지만 틈이 나면 장난도 즐기는 모습에선 따뜻한 기운이 배어났다. 철학은 또렷해도 이를 강요하지 않는 화법에선 묵직한 성품이 느껴졌다. 빈말이든 거짓말이든, 마음에 없는 멘트는 절대 못할 것 같다는 예상도 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난다"고 웃으며 답한 최다니엘은 "기분나쁘게 만들려 한 말도, 특별한 의도가 있는 말도 아닌데 상대가 민망해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거침없이 하이킥' 속 이지훈이 정음(황정음 분)에게 "팬티 보여요"라고 무덤덤하게 이야기해주는 장면이 그렇게나 와 닿았다고. 극 중 정음은 부끄러움에 몸서리쳤지만 지훈은 표정은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저는 그런 순간 못 본 체 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의 허당기가 제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고요. 제 마음이 그렇다보니 상대가 제게 핀잔을 줄 때도 '무슨 뜻이지? 칭찬인가?'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이제 뭔가를 솔직하게 말하고 알려주는 것에 상대가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죠."

영화 '열한시'의 제작보고회 당시, 배우 김옥빈은 연인으로 분한 최다니엘과 키스신을 언급한 바 있다. "입술이 까칠하더라"는 김옥빈의 말에 최다니엘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아무리 1년여 전 일이라 해도 여배우와 키스신을 잊다니,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온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최다니엘은 "그 역시 제 성격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며 "순간 정말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답을 했는데, 나쁘게 보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배우인 김옥빈의 입장에선 민망할 수도 있는데…"라며 "중요한 이야길 별 것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제작보고회 날, 영화를 연출한 김현석 감독은 최다니엘과 처음 작업한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촬영을 떠올리며 당시와 지금의 달라진 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 때는 최다니엘이 바빴고 경직돼 있었다"며 "3년 만에, 찍을 때 기준으로는 2년 만에 다시 봤는데 성격이 정말 활발하더라. 그 새 좋은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주 무기가 많아져 돌아왔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최다니엘도 할 말이 많을듯 해 물었지만, 그 역시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건지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최다니엘은 "너무 궁금해서 VIP 시사 후 쫑파티때 물어보려 했는데 취해서 못 물어봤다"며 "달라진 모습은 남들은 알아도 저는 못 보는거 아니냐.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다"고 알렸다. "눈이 주무기인데, 영화에서 안경을 벗고 나와 그런 것도 같다"고 능청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열한시'에서 시간 이동 연구원 지완으로 분한 최다니엘은 SBS 드라마 '유령', 영화 '공모자들'에 이어 또 한 번 날카롭고 이지적인 모습을 연기했다. 안경을 벗은 그의 마스크는 진지하고 이성적인 지완 캐릭터와 꼭 어울렸다. '훈남' '댄디가이'라는 수식어와는 또 다른 연기를 다시 한 번 소화해냈다.

"변신이라는 말로 좋게 봐 주신다면 고맙죠.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주어진 역을 충실히 하자고만 생각했죠. 영화에서 튀는 것보다 어우러져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큰 목적이었어요. '열한시'는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하면서도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유머 코드가 느껴지는 영화예요. 그런 독특한 정서가 새로운 스릴러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싶어요."

데뷔작인 KBS 2TV '황금사과'(2005)를 기점으로, 최다니엘은 어느덧 배우 활동 9년차를 맞았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6)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린 뒤 '지붕뚫고 하이킥'(2009),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등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단기간에 스타급 배우로 성장했다. 탄탄하면서도 개성있는 연기와 신선한 마스크가 시청자와 관객들의 눈을 붙잡은 덕이었다. 그러나 정작 최다니엘은 너무 빠르게 얻은 인기 탓에 잠시 연기를 그만두고 싶어질 만큼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단다.

"'그들이 사는 세상'도 그랬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뜻깊게 열심히 했던 작품은 KBS 2TV '동안미녀'라는 작품이었어요. 진짜 열심히 했어요.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연기를 안 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정말 열심히, 오디션을 봐 가며 배우를 하고 싶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 자신이 버겁다는 느낌도 있었고, '연기를 하는 이유가 뭐지?' 싶은 회의가 왔었죠.”

솔직한 고백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지어보여도, 그의 얼굴은 담담했다. 최다니엘은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내 이득을 위해 많은 돈을 벌고, 그러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생각했어요. '지붕뚫고 하이킥'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밀려드는 관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기도 했죠. 과분한 인기를 얻다 보니 '헤까닥' 하고 가는 느낌이었었어요. 가족에게도 '배우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는데, 친형의 만류 끝에 계속하게 됐어요. 그 때 그만두지 않길 잘 한 것 같아요. 그냥 제가 겁을 먹었던 것도 같고요. 내가 배우를 계속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잃을까 조마조마하느냐, 다 잃어도 상관 없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느냐'의 차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배우를 그만둘 정도로 하고 싶던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조심스레 물었더니 역시나 최다니엘은 엉뚱한 대답으로 상대를 폭소케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그렇게나 하고 싶더라"며 "편의점이나 세탁소 등에서 어린 시절에 일을 많이 했는데,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기가 내게 1순위였다면, 0순위를 차지하고 있던 삶의 가치가 있었다"며 "한창 1순위가 커지며 0순위가 되어가려던 순간 그런 고민에 빠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삶은 기본에 있는 것 같아요.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람에서 찾을 수도, 돈에서 찾을 수도, 신앙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있고 심지어 연인이 있어도 공허할 때가 있잖아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차원의 고민이 제겐 0순위였어요. '나는 무엇일까. 나는 왜 태어났을까' 하는 고민과도 같았죠. 지금은 교회도 다니고 있고, 어느 정도 안정감을 얻은 상태예요."

스스로를 둘러싼 최다니엘의 이런 고민은 작품, 그리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해서도 나아갔다. 그는 "문화의 다양성은 만드는 사람들이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 본다"며 "사람들의 시야를 요만하게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괜찮은 걸 찾는 모양새가 요즘 세상인 것 같다"고 지적해 시선을 모았다.

최다니엘이 생각하는 '좋은 작품'은 인간의 보편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 안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는 "물론 이런 이야기는 내 기호일 뿐 정답은 아니다"라며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신중하게 덧붙였다.

"저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전문가들에게만 좋아보이는게 아니라 아이가 봐도, 시골 할아버지가 봐도 재밌는 것이요. 우리가 그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제 안에 내재돼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생각이 더 커졌고요. 문화 콘텐츠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창출하는 것들에 영향력이 있잖아요. 어두운 것, 자극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회지만 나라도 좋은 것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물론 저도 알아요. 그것이 제게 벅차는 일이고, 어쩌면 그로 인해 내가 쇠퇴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쇠퇴한다고 해서 내 이득을 위해 불량식품을 만들어 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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