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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 시청권 훼손 심각


방송사 매출은 확대됐으나, 소비자 불만도 잇따르고 있어

[백나영기자] 형이 총에 맞고 쓰러지자 동생은 형의 몸에서 총알이 아닌 '아몬드'를 꺼냈다. 아몬드를 든 동생은 "웰빙 시대에 맞춰 일일 영양소를 한 봉지 안에 담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주고...(중략)현대인의 최고급 완소 아이템"이라는 대사를 한다.

과도한 간접광고를 풍자하는 KBS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코너의 한 장면이다.

방송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간접광고가 도를 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간접광고가 과도하고 노골적으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시청권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시청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제 정비와 방송사·제작사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방통심의위 양귀미 방송광고심의팀장은 27일 '방송의 상업화와 인터넷 권리침해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국제 라운드테이블에서 "최근 방송의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간접광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과도한 간접광고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접광고는 방송프로그램 안에서 브랜드 상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시키는 일종의 광고 유형을 말한다.

간접광고는 지난 2010년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허용됐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방송광고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 일반광고와 달리 시청회피가 어렵고 자연스러운 노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어 간접광고를 선호하는 광고주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간접광고 판매가 시작된 2010년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매출은 30억원, 2011년 174억원, 지난해 263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올 상반기 집계된 매출이 3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돼 향후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도를 넘어선 간접광고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서울YW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드라마의 간접광고를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1개 드라마 당 10개 정도의 제작지원 업체와 제작·장소·물품 협조나 협찬 등 수십 곳의 간접광고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드라마의 흐름과 상관없는 엉뚱한 장면을 삽입해 극의 흐름을 끊고 작품 몰입을 방해하는 사례도 다수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주인공이 식구들에게 봄옷을 선물한다며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게 하는 등 제작지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명을 수시로 노출되도록 설정했다.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과도한 간접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수영장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기능을 상세히 홍보하고, 스마트폰 광고 멘트까지 그대로 하는 출연자를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카메라 광고인지 드라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흐름에 방해가 된다" 등 과도한 간접광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과도한 간접광고는 공공성을 띠어야할 방송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규제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

문철수 한신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간접광고 심의 규정이나 법규에서 애매한 부분들이 많아 심의하는 사람에 따라 주관성이 개입되기도 하고 제작사 측에서도 어느 정도 선까지 수위를 조절해야할지 몰라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방송협회를 중심으로 방송사와 시민단체, 학계가 모여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제 정비뿐만 아니라 방송사, 제작사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방통심의위 양귀미 팀장은 "규제 이전에 제작자와 광고주들은 과도하고 무분별한 간접광고로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하고, 방송사들은 스스로 품격 있는 방송을 위해 자율적으로 심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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