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커피'에서 '보이차'까지...동·서양 차 문화에 빠진 최순호 감독


차 한 잔 여유 속 감춰진 고민, '패스 통한 경기 지배에도 허점이...'

강원FC가 훈련 캠프를 차린 중국 운남성 쿤밍의 신 아시아 스타디움 근처의 라 니스 인 호텔 한 룸에는 은은한 차 향기가 24시간 피어오른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없지만 커피를 너무나 사랑하는 최순호 감독이 매일 차를 즐기기 때문이다.

최순호 감독의 커피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커피 제조 기술은 전문가 못지않다. 술과 담배를 잘 하지 않아 건강에 좋은 취미를 찾다가 보니 커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최 감독이 이번에는 동양의 차 문화와 만났다. 지난달 26일 쿤밍에 도착한 후 직접 다기와 보이차를 구입한 최 감독은 우려내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운남성의 주 특산물인 보이차 삼매경에 빠진 것이다.

보이차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고기 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운동 선수들에게는 적격이다. 찻잎도 여러 번 우려내 마실 수 있어 체온 유지 효과도 있다.

최 감독은 다도를 단순히 개인의 취미에만 그치지 않고 코칭스태프 회의나 선수들과의 대화 때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를 만드는 과정 동안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며 빡빡한 훈련 일정에서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차 한 잔 마시면서 선수들과 면담을 하면 거리감도 좁히고 참 좋은 것 같다. 일방적인 면담보다는 훨씬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보이차의 맛은 깊게 느끼지 못하면 끊인 생수와 비슷하다. 일부 막내급 선수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차를 두고 면담을 한 가운데 서양의 달콤하거나 자극적인 차 맛에 젖은 몇몇 선수들은 한 잔 살짝 맛본 뒤 찻잔을 내려놓고 더 따라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에게도 어김없이 차 한 잔을 내준 최 감독은 차탁을 가운데 두고 지난 8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프리미어리그 첼시-아스널의 경기를 화제로 올렸다.

당시 경기에서 아스널은 특유의 템포와 패싱력을 앞세워 경기를 주도했지만 첼시에 세트피스와 역습 상황에서 한 방씩 얻어맞으며 0-2로 패했다. 경기 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첼시가 이겼을지 몰라도 축구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라고 하자 첼시의 발락이 "벵거 감독은 패하면 늘 변명부터 늘어놓는다"라고 맞받아쳐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봤다는 최 감독은 "패스로 경기를 주도하는 것이나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도 모두 고유의 스타일이지만 무엇이 진정한 축구인지 고민하게 한다. 벵거나 발락의 말도 모두 일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말에는 강원FC의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강원은 지난해 아스널처럼 쉼없는 패스로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 관중들 보기에 즐거운 축구를 구사했지만 이를 파악한 상대팀들이 다음 만남에서 주로 역습을 통한 득점을 한 뒤 '잠그기'로 대처해 어렵게 경기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성적과 직결된 문제였고, 시즌 초반 6강 권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강원은 후반기에 힘을 잃으며 1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때문에 최 감독은 지난 시즌 중 "상대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강원을 상대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이런 고민은 최 감독이 차 한 잔 즐기는 순간에도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 서양의 차 문화를 아우르듯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 일관되게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낼 생각만은 분명하다.

조이뉴스24 쿤밍(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커피'에서 '보이차'까지...동·서양 차 문화에 빠진 최순호 감독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