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칼바람 속에서 열린 K3리그 결승전, 과제 던진 세가지 장면


지역민 관심 속 '승부 조작 의혹' '구장 확보' 등 문제 해결해야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원정 경기를 치르러 온 화성신우전자 선수들은 버스 안에서 잠시 몸을 녹이는가 하면 그라운드 위에서 볼을 다루며 몸을 풀고 있었다. 홈팀 양주시민구단도 마찬가지, 그저 몸을 풀며 추위를 이기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선수단 벤치 반대편에 위치한 많은 관중은 홈팀 양주시민구단을 열렬히 응원하며 'DAUM K3리그 2008'의 챔피언이 되기를 기대했다. 신우전자를 응원하는 약간 명의 원정 응원단도 보였다.

지역민의 관심 가득했던 K3리그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고덕구장. '승부 조작' 파문을 뒤로하고 K3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렸다. 산 중턱을 깎아 만든 고덕구장에는 지역 축구 인사를 비롯해 5백여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경기장 아래 도로변까지 차량이 가득했다.

일부 관중은 칼바람과 추위를 견디지 못해 주심의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양주시 축구의 최대 잔치였던 만큼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이 많았다. LCD TV나 쌀, 라면 등 지역 내 중소기업들이 후원한 경품은 이들의 응원 열기 앞에서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다.

경기는 팽팽했다. 신우전자는 2차전을 염두에 둔 듯 수비를 전진시키지 않고 역습 위주의 경기를 했다. 후반 아크 근처에서 얻은 두 차례의 프리킥 중 한 번은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신우전자의 역습은 칼바람보다 더 매서웠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양주시민구단의 류봉기 감독은 "생각지 못한 추위로 선수들이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우전자의 김영환 감독은 "2차전은 홈에서 열리는 만큼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며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추위 속에서도 K3리그가 지역민들의 축제의 장이 될 만함을 양 팀의 경기는 알려줬다. 양주시 조기 축구회에서 뛰고 있다는 정만준(47) 씨는 "예전같으면 프로축구를 보기 위해 서울까지 나가야 했는데 작지만 리그 형식의 축구를 볼 수 있어 좋다. 양주시를 대표하는 구단이 있는 것도 반갑다"며 웃었다.

승부 조작의 충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K3리그에는 악재가 터졌다. 중국 현지의 도박 업자와 국내 브로커가 K3리그와 내셔널리그 일부 구단 선수와 관계자를 돈으로 유혹하며 승부 조작을 시도한 것. 일부가 구속되고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중징계를 천명하는 등 파문은 커졌다.

이 때문에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관심은 팬들에게 멀어지는 듯했다. 예정되어 있던 인터넷 생중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날 경기장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핸드폰으로 경기를 어디론가 중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당 3명 중 두 명이 경기 관계자에 적발,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국내 유학생으로 알려진 이 중국인은 후드 티에 달린 모자를 써 다른 사람들이 얼굴을 못 알아보게 가린 뒤 손에 쥔 핸드폰에 옷 속으로 이어폰을 연결, 어디론가 긴 통화를 하며 전반부터 후반 중반까지 '1, 2, 3(이, 얼, 싼)' 등 선수들의 등번호로 추정되는 숫자를 연방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경기 관계자는 이 중국인에게 "당신은 승부 조작으로 의심되는 일을 하고 있다. 더 길어지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라고 말을 하자 당황한 그는 "친구와 통화 중"이라며 어설픈 한국어로 대답한 뒤 종종걸음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한쪽 구석에서 계속 경기장을 응시하며 통화하는 장면이 목격돼 혹시(?)하는 마음을 계속 갖게 했다.

포지셔닝, 환경을 새로이 해야 할 듯

승부 조작 사건을 계기로 축구협회 내에서는 내셔널리그연맹이 K3리그를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서서히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경기를 관전하러 온 내셔널리그 강창구 사무처장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셔널리그, K3리그 간의 승강제를 해야 한다. 축구협회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경기국 산하에 있는 K3리그를 내셔널리그가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도 "K3리그는 앞으로 권역별 리그로 확대하는 등 규모가 더 커진다. 관리, 감독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참가 의향을 밝히는 팀도 많아서 그나마 힘이 조금이라도 있는 내셔널리그가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강 처장의 말을 뒷받침했다.

K3리그는 지난해 준비위원회가 운영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며 시범 리그를 거친 뒤 올해 축구협회 경기국에 K3리그 담당 부서를 두고 1년을 보냈다. K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승강제가 당분간 이뤄지기 힘든 현실에서 K3리그의 자생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가 큰 고민이다.

각 구단의 경기 환경도 제각각이다. 1년 단위의 독점 계약이 아니라 경기를 앞두고서나 사용료를 내고 경기장을 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은 전용구장을 제대로 구비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현재의 K3리그 조직이 이런 여건을 구단과 함께 조율하기 버거운 형편이다.

강력한 조직이 구성되어 '승부 조작'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고 내실있게 리그를 이끌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양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칼바람 속에서 열린 K3리그 결승전, 과제 던진 세가지 장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