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5-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는 OK저축은행의 2시즌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진출한 '봄배구'에서 정상에 올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 시즌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해 '정상 수성'에 성공했다.
그런데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1강에 꼽히긴 했지만 고비가 있었다.
특히 주전 세터 이민규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은 우승 전망을 어둡게 했다. 이민규의 자리를 대신한 곽명우에게 몰리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OK저축은행이 자랑하는 공격력을 100%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곽명우는 100% 이상 제 역할을 했다. 물론 흔들렸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곽명우는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 경험이 적다는 핸디캡을 뛰어 넘었다.
우승컵이 확정된 후 곽명우는 "나 혼자 그런 상황을 이겨낸 게 아니다"라며 "팀 동료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는 "주 공격수 역할을 한 송명근과 시몬(쿠바)이 많은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곽명우가 팀의 불안요소로 꼽힌 데는 이유가 있다. 시몬과 손발은 잘 맞았지만 다른 국내선수들의 공격을 살리는데 물음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이민규가 코트에 나설 때와 가장 큰 차이다.
곽명우는 그런 편견을 깨뜨렸다. 삼성화재와 치른 플레이오프,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그는 시몬만 활용하지 않았다. 송명근, 송희채 뿐 아니라 한상길과 박원빈 등에게도 자주 토스를 올려 센터 공격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곽명우는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신뢰와 믿음이 중요했다"며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 흔들릴 때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동료들이 도와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 운도 따랐고 팀 분위기가 올라가며 나도 신이 더 났다"고 웃었다.
경기에는 뛰지 못했지만 경기장까지 함께 한 이민규의 조언도 힘이 됐다. 곽명우는 "(이)민규는 길게 얘기하지 않았다. '자신있게 해라'고 말했는데 그 한마디가 컸다"고 고마워했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현대캐피탈이 정작 '마지막 승부'에서 제대로 힘을 몬 쓴 이유 중 하나는 세터 노재욱이 안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많은 이들은 노재욱보다 곽명우가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곽명우는 대학(성균관대) 1년 후배인 노재욱과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자주 비교됐다. 둘 다 소속팀의 주전 세터는 아니다. 노재욱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승원이 부상을 당해 그 자리를 맡았고 제 역할을 다했다.
곽명우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며 "(노)재욱이에 대해 의식하면 우리팀이 더 말릴 것 같았다. 대학 후배라서, 그리고 올 시즌 잘하는 세터라는 그런 부분을 떠나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곽명우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2016 월드리그에 나설 국가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쟁쟁한 선배 세터를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웅을 겨룬 노재욱도 함께 명단에 들었다.
곽명우는 다음 시즌 변화를 맞는다. 지난 2년 동안 누구보다 손발이 잘 맞았던 시몬이 팀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는 "시몬이 왜 세계 톱클래스 선수인지 정말 잘 알게 됐다"며 "함께 뛰는 동안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나도 시몬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는 이민규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다시 백업자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후회나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번 '봄배구'에서 팀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 됐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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