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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선] 지나친 긴장감이 부른 '몰카' 소동


'가을 잔치'라고 해서 늘 기분 좋은 일만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시즌 중에도 곧잘 으르렁거렸던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역시 마찬가집니다.

양 팀의 1차전이 열린 22일 문학구장에서는 지나친 경계심이 불필요한 오해로 번져 프런트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른바 '몰래 카메라' 소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신경전은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부터 서서히 고조됐지요. 시즌 막바지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의 투구폼에 이의를 제기했었던 김성근 SK 감독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시리즈에서도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어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도 "상대방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SK 선수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맞받아쳤고요.

여기까지는 우승을 놓고 맞붙는 양 팀 감독이 흔히 벌일 수 있는 설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몰래카메라 사건은 다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공인구를 가지러 1루쪽 덕아웃에 들른 두산 불펜보조요원이 펜스 옆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벤치에 보고했습니다. 이를 3루 쪽 주루 코치의 사인을 읽어내기 위한 몰래카메라로 오인한 두산 쪽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만약 SK가 정말 카메라로 작전을 훔쳐보려 했다면 명백히 비신사적 행위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산 관계자가 SK 쪽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몇몇 취재진에게 "SK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알린 것입니다. 뒤늦게 이를 전해들은 SK 프런트는 "말도 안된다"며 흥분했습니다. 그 구멍은 물론 몰래 카메라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요.

양 구단 운영부문 책임자가 만나 '해프닝'으로 일단락 지었지만 이미 파장이 커진만큼 앙금이 사라질 리 없었습니다. 두산 홍보팀 관계자가 "악의를 갖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 보조요원이 잘못 본 것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와전돼 일이 커졌다"면서 사과했지만 SK 측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했습니다.

SK 입장에서는 두산 측 실수였다고 가볍게 넘어가기엔 억울하기 그지 없는 일일 겁니다. SK가 상대팀 작전의 흐름을 잘 읽어내는 팀이긴 하지만 그건 SK가 가진 능력일 뿐입니다. 두산은 SK의 세밀한 야구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약점을 스스로 들켜버린 셈입니다.

양 팀은 시즌 중에도 SK 케니 레이번의 빈볼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펼쳤습니다. 2루를 훔치는 두산 이종욱과 지키는 SK 정근우 사이에 빈번하게 감정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승자가 한 명 뿐인 승부의 세계에서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야구 이외의 감정이 필요 이상으로 그라운드에 끼어드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일촉즉발의 한국시리즈. 첫 승은 두산의 차지였지만 두번째 승리는 누구의 것이 될지 아직 모릅니다. 연일 관중석을 꽉 메우는 야구팬들이 얼룩 없는 명승부를 볼 수 있을까요. 진정한 명예는 정직한 수고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조이뉴스24 배영은기자 younge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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