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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선] 삼성 전병호와 채태인의 가을


"와, 이 나이에 무슨 포스트시즌 선발이에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삼성 투수 전병호(34)는 8일 밤 좀처럼 잠을 못 이뤘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 양일환 투수코치에게 전해들은 지령 때문이었죠. "병호야. 2차전 선발은 너다. 준비해라."

그 때부터 전병호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부터 12년째 삼성 유니폼을 입어온 전병호에게도 포스트시즌 선발은 귀한 경험입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3차전과 6차전, 2004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 전부였습니다. 10일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하면 통산 네번째가 됩니다.

"2~3회 정도 잘 던져도 좀 불안해지면 곧바로 바뀔텐데요 뭐. 이번이 마지막일테니 좀 길게 던져야 할텐데…." 짐짓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상기된 얼굴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2차전 선발은 당연히 브라이언 매존의 차지라고 생각했으니 더 그럴 수 밖에요. 대구 홈팬들의 환호 속에 마운드에 오를 생각을 하면 살짝 흥분도 된답니다. 자신의 관록을 믿어준 선동열 감독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도 들고요.

"던질 수 있을 때 열심히 던져야죠. 앞으로 몇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 말이 더이상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전병호는 더욱 최선을 다짐합니다.

떨리기는 내야수 채태인(25)도 마찬가집니다. 준플레이오프 하루 전날 팀 미팅에 참여하면서 채태인은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습니다. "채태인, 너 정말 많이 컸다." 스스로에게 혼잣말도 해봤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태인은 가을에 야구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취업 비자 문제로 정규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귀국해야 했습니다. 루키리그에서 포스트시즌 비슷한 걸 경험해봤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조용한 잔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습니다. 만원 관중의 환호와 음악 소리에 벌써 마음이 들뜹니다. "처음 1군 타석에 섰을 때도 꿈만 같았는데 이렇게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포함이 되다니…." 송아지처럼 큼직한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긴장을 들키고 싶진 않았습니다. 삼성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입니다. 이제 가을잔치 쯤은 연례행사로 여기는 선수들이 수두룩합니다. "저도 괜찮은 척 하느라 혼났어요." 수줍게 웃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삼진을 당할 때 당하더라도 열심히 칠 거예요"라며 내심 각오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물론 경기에 나서게 된다는 전제 하에서요.

어쨌든 전병호와 채태인은 입을 모았습니다. "잔치집 같네요. 1년 내내 이랬으면 좋겠어요." 11번째 포스트시즌을 맞는 백전노장과 첫번째 가을잔치에 나선 새내기의 설렘이 다를 게 없었습니다.

가을입니다.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에게 진짜 가을은 포스트시즌과 함께 옵니다.

조이뉴스24 대전=배영은기자 younge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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