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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선] 바다를 건넌 일본팬의 한화 사랑


몇 년 전부터 일본에는 한류 열풍이 불었습니다.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물꼬를 튼 이후 수많은 한국 드라마와 미남 미녀 배우들이 일본에 진출해 큰 인기를 누려왔지요.

여기까지는 많은 분들이 다 알고 계시는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0일 대구구장 한 구석에서도 한풍(韓風)이 불고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듯 합니다.

일본 도쿄에 사는 회사원 사토 지에코씨(33). 얼굴 가득 번진 미소 덕분에 무척 앳돼 보이는 그녀는 한화 이글스의 열렬한 팬입니다. 지난 8일 금쪽같은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았고 9일 대전구장과 10일 대구구장을 오가며 한화를 응원하는 중입니다. 아쉽게도 3차전은 못 본 채 11일 돌아가야 한다고 하네요.

한화 응원 수건을 손에 꼭 쥐고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건 사토 씨는 사실 꽃미남으로 유명한 조성민의 팬으로 출발했습니다. 조성민이 일본 요미우리에서 뛰던 2001년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러다 그가 국내로 복귀하면서 한화라는 팀을 알게 됐고 점점 팀 전체를 사랑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 간단한 한국어 쯤은 척척 말할 줄 압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말은 물론 '최강 한화'. 좋아하는 선수도 몇 명 더 생겼습니다. 역시 요미우리를 거쳐간 정민철이 그 중 으뜸이고 김태균과 송진우도 무척 좋아합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사토 씨에게 벌써 일곱번째 한국 방문이라고 합니다. 2003년에 처음 한국에 와서 야구를 봤고 한화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와 미국 하와이까지 찾아갔던 '경력'을 자랑합니다. 사토 씨가 매고 있던 가방 속에는 하와이에서 정민철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고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화가 우승하길 바라나요"라는 우문을 던지자 "물론 믿어요"라는 확신이 돌아옵니다. "나중에 전지훈련지에서 만납시다"라는 한화 관계자의 인사에는 "코나미컵에서 보고 싶습니다"라고 한 술 더 뜹니다.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는 한국·일본·대만 프로야구 우승팀과 중국 올스타팀이 참가하는 대회죠. 한화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일본으로 건너오란 얘깁니다.

사토 씨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한화팬들마저 재치있는 마지막 말에 기분 좋게 웃어버립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도 자신들과 같이 한화를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게 무척 기분 좋은 눈칩니다.

가끔 우리나라 야구팬들도 일본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우리 야구를 보러 바다를 건너오는 일본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전지훈련에 대한 '보답'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한국을 찾거나 가끔 대표팀 전력 분석이나 용병 스카우트를 위해 파견되는 일본 관계자들이 보일 뿐이죠. 우리 프로야구 역사가 한참 짧은 데다 일본보다 아직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사토 씨의 방문을 보니 작은 희망이 생깁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4강 신화와 일본 요미우리·주니치에서 땀 흘리고 있는 이승엽과 이병규도 잠시 머리 속을 스쳐갔고요. 스포츠가 만국공통어란 사실을 다시 한번 느껴본 가을의 어느 날입니다.

조이뉴스24 대구=배영은기자 younge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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