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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 "입양한 두 아이, 엄마의 삶을 선물해줬다"(인터뷰)


[정명화기자] 이름만으로 묵직하고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 윤석화. 광고 속 그윽한 목소리와 수많은 무대를 누벼온 관록, 그리고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까지 배우 윤석화를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게감이 넘친다.

24년만에 영화 '봄, 눈'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윤석화는 짙은 회색톤의 숏커트 머리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2년 전 영국 런던으로 연극공부를 위해 떠난 뒤 오랜만에 만나는 그는 변함없는 열정으로 영화와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 '레테의 연가' 이후 24년만에 출연한 영화 '봄, 눈'은 평생동안 가족을 위해 살던 엄마 '순옥'(윤석화 분)이 암 선고를 받고 가족과 이별을 맞는 생애 마지막 봄날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 윤석화는 생의 마지막까지 가족들에게 헌신하다 숨을 거두는 착한 엄마 역을 맡아 암 환자와 삭발 연기까지 선보였다.

"영화는 데뷔작같은 느낌이에요. '레테의 연가'는 내가 직접 더빙을 못했어요. 목소리와 얼굴을 떼놓을수가 없는데, 다른 사람이 더빙한 걸 듣고 있으니 영화를 보면서도 내 얼굴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일이 보편화돼 있던 시절이기도 했지만 제게는 반쪽짜리 기억이죠. 그래서 이번 영화는 신인의 자세로 연기했어요. 기뻐하고 감사하며 가장 낮은 자세로요."

영국 체류 중인 윤석화에게 감독은 이메일을 통해 러브콜을 보냈다. 물리적인 시간 상 한국에서의 촬영이 힘들었던 윤석화는 시나리오를 읽어볼 엄두도 못 냈지만, 막상 읽어본 시나리오가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정말 소소하면서도 맑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희망이 있어서 좋았고요. 이런 장르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한번 연락을 해봤죠. 그래도 '설마 안되겠지' 싶었는데, 정말 감독님이 영국까지 와주시고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한번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수락했죠."

쉰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륜, 위기의 여자 역을 자주 제안받았다는 윤석화는 모성과 희생, 희망을 말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에 끌렸다고 한다. 암 환자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영화가 가진 진정성이 마음을 움직였다.

"통속적이고 뻔한 얘기일수 있지만 진실성이 느껴졌어요. 첫영화의 경험이 안 좋아서인지 영화 작업이 망설여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런던까지 찾아온 감독에게서 은근한 열정이 느껴졌어요. 겸손하고, 선한 이야기, 그리고 윤석화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와는 상반된 역할이라는 것이 좋았어요."

적지 않은 나이에 영국행을 선택한 윤석화는 "내가 좀 무모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가슴이 움직이면 행동에 옮겨야 하는 열정적인 성격의 그는 영국 생활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날씨도 그렇고 아이들이 적응하는 것도 그렇고, 언어문제 등등 힘든 일이 많았어요. 참 냉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기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지금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윤석화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심어주고 작품 활동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도 학교 생활 잘 하고 있고요."

입양을 통해 얻은 아들과 딸은 윤석화에게 엄마로서의 삶을 선물해주었다고 한다.

"입양을 안했다면 전 엄마라는 소릴 못들었겠죠.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를때 제일 행복해요. 제가 엄마가 안됐더라면 '봄, 눈' 속에 녹아있는 진실의 알갱이, 그 진정성을 아마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웃고 재미있게 놀때 너무 행복해요. 너무 늙은 엄마인 것이 정말 미안하지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봄, 눈'에서 암 환자 연기를 하면서 과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는 윤석화.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서 생활하던 그는 어머니가 암으로 4개월 시한부를 판정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내지 못했던 것, 그때까지 결혼하지 못한 것 등 회한이 밀려왔던 윤석화는 모든 것을 접고 어머니와 함께 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항암 치료 간병을 제가 했어요. 영화에서 제가 항암치료를 받고 토하고 딸의 부축을 받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죠. 다행히 어머니는 4개월 시한부 판정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됐고 그 후로 15년을 더 사셨어요. 어머니가 참 그립네요."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에 눈물을 글썽이는 윤석화는 "내 딸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이가 클 때까지는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떨궜다.

평생을 여배우로 살아오면서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과 윤석화라는 사람 안의 중심을 잃지 않으며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고. 자신을 지켜내는 지혜를 늘 생각하며 사는 것이 바로 여배우의 삶이라는 윤석화는 "가짜 연기로 대중을 속이면 그것은 도둑이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 열정으로 뜨겁게 빛을 내는 것이 바로 배우"라며 식지 않은 정열을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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