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리뷰]'여기보다 어딘가에', 지독하게 꿈을 붙잡고 싶은 청춘의 자화상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26살. 꿈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꿈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26살.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26살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 꿈을 지독스럽게 꾸고 있는 26살 청춘에 대한 이야기.

대학 졸업 후 쭉 백수인 스물 여섯살 '수연'(차수연 분)의 꿈은 영국으로 음악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다. '유학을 보내 달라' 부모에게 갖은 생떼를 부리지만 되돌아 오는 건 조롱과 멸시뿐이다.

제풀에 지친 수연은 제 힘으로 유학비용을 마련하리라 마음을 먹고, 보란 듯이 가출을 감행한다.

무작정 복학생 친구 '동호'(유하준 분) 자취방으로 쳐들어가 기생하기 시작한 수연은 자신을 향한 동호의 애틋한 감정을 무시한 채 해외 유학파 뮤지션 '현'과 어울린다.

바람둥이 현은 음악레슨을 핑계로 수연을 어떻게든 한번 자빠트리고자 용을 쓰지만 매번 동거하는 애인에게 들키고 만다.

곡절 끝에 수연은 유학비용을 벌고자 큰 상금이 걸린 밴드경연대회에 동호와 팀을 만들어 출전한다.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79년생 이승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26살 터널을 지난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끌어 안는다.

특히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순간에 일을 망쳐버린 수연이 택시 안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 라면을 먹다가 냄비를 엎어버린 동호가 그 실수에 기대 이제껏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답답한 미래와 일상에 때때로 그런식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 시절을 반추하게 만든다.

또한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대하는 수연의 모습도, 자신감 없이 주눅 들어 있는 동호의 모습도 그리 낯설지가 않다.

음악 영화답게 영화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때때로 그 어떤 대사보다도 큰 울림으로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을 전달한다.

김태희가 출연했던 디지털 카메라 CF의 음악을 맡기도 했던 '아카시아 소규모 밴드'가 이번 영화의 음악을 맡아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영화 곳곳에 심어놨다.

수연이 택시에서 서럽게 울 때 흐르던, 'please please for me~'라고 낫게 읊조리는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절망에 이른 수연을 위로하는 듯 하고, 수연과 동호가 밴드경연대회를 위해 준비하던 노래는 그들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대변한다.

아직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승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몇 개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듯한 영화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리뷰]'여기보다 어딘가에', 지독하게 꿈을 붙잡고 싶은 청춘의 자화상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