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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가 말하는 연기와 삶, 그 소신과 가치(인터뷰)


배우와 아내, 엄마의 삶에 더해 '봉사 전도사'로도 활약

[권혜림기자] 한 개인으로서의 삶과 연기라는 노동의 영역을 분리하는 것은 어느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평범한 생활인이었다면 의식하지 않아도 됐을 세간의 관심은 자연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막아서기 일쑤다. 여배우들의 고충은 특히 깊어보인다. '배우'를 재단하는 까다로운 눈길이 '여성'를 향한 복잡다단한 시선과 만나 더 높은 기대치와 제약을 만들곤 한다.

여기 그런 일련의 고민들을 슬기롭게 헤쳐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결혼과 출산 후 JTBC 드라마 '디데이'(연출 장용우, 극본 황은경)를 통해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그간 꾸준히 봉사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배우 김정화다. 연기자로서의 삶, 아내이자 엄마이자 봉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균형있게 가꿔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연출 장용우, 극본 황은경)의 종영을 맞아, 김정화는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을 만났다. 지난 21일 종영한 '디데이'는 절망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목숨을 걸고 활약하는 DMAT와 구조대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를 다룬 드라마다.

김정화는 극 중 정신건강과 전문의 은소율 역을 맡아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은소율은 이재민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한편 팀내에서는 다정한 중재자로 팀원들을 다독이는 외유내강의 여의사다. 김정화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의사 역에 도전했다.

지난 2년의 공백기 동안 김정화는 CCM 가수이자 전도사인 유은성과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미국에서 신혼을 보내다 한국으로 돌아와 연기 활동을 재개한 그는 '디데이'의 종영을 맞아 여유로운 휴식기를 보낼 예정이다. 김정화는 "공연도 보고 영화도 보고 싶다"며 "육아와 촬영을 하느라 즐기지 못했던 여가를 즐기려 한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결혼 후 배우로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됐는지 묻는 질문에 김정화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 밝은 얼굴로 답을 시작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딱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배우로서 연기의 폭이 넓어지고 경험이 많아진 느낌이 든다는 것"이라고 알렸다.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니 조금 더 감정의 깊이가 생겼다고 느껴져요. 대본과 화면을 볼 때 가슴이 아프고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죠. 활동하면서도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하니 의지가 많이 되기도 해요.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고 나를 위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니, 그런 면에 있어서는 힘이 돼요. 전에는 혼자라서 외롭고 혼자 결정할 것이 부담이었다면 이제 함께 하는 사람이 생기니 안정감이 들고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한 살 한 살 먹으며 더 성숙해지는 기분이에요. 결혼과 출산을 하니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 기분도 들고요."

2년 전, 서른을 갓 넘어 화촉을 밝혔으니 김정화는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해 빠른 시기 결혼을 결정한 셈이다. 한창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야 할 때 결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매니지먼트사에서 조금 아쉬운 기색을 표하진 않았는지도 궁금했다. 김정화는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이니, 회사에서도 그런 면을 이해해줬다"며 "배우 김정화도 중요하지만 인간 김정화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 그게 곧 배우의 삶이 된다는 것을 알아준 셈"이라고 답했다.

남편인 유은성은 아내의 활동과 관련 기사를 누구보다 열심히 찾아보는 열혈 팬이다. 김정화는 "저보다 더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더라"며 "하지만 ('디데이'의 성열과) 키스신은 심장이 떨려서 못 보겠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제 기사 중 제목이 좋은 것이 있으면 다 캡처를 해서 SNS에 올려요. '감사하다'고 늘 글을 쓰죠. 제가 댓글에 '난데없다'고 하면 '좋아서 그런다'고 해요.(웃음) 댓글도 다 보고요. 제 연기 활동을 워낙 잘 지원해주고, 마음을 잘 세워줘요. 편안하고, 믿음직하죠. 독려와 격려를 받으며 '내 편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해요. '여배우와 사는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대요. '좋다'라고 답한다고는 하는데, 아마 여배우와 사는 것에 힘든 면도 있을 거예요. 눈총, 혹은 주목을 받는 느낌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즐기고 감사해하는 편이에요. 그런 남편이 있어 감사하죠."

10대 시절 연기 연예계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배우가 된 김정화는 나이듦과 함께 점차 성장하며 배우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어릴 때는 작품 하나가 끝나면 늘 바로 다른 것을 해야 할 것 같았는데 지금은 조급하게 진행하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이어간 김정화는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고, 즐기며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고심해도 문제지만 신중히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즐기며 할 수 있는, 배우로서 즐겁게 임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이며 밝게 웃었다.

김정화는 우간다로 떠난 봉사활동에서 만난 소녀 아그네스와의 이야기를 '안녕, 아그네스'라는 책을 통해 펴내기도 했다. MBC '나누면 행복'의 진행을 맡기도 하며 연예계의 '봉사 전도사'로 활약했다. 배우, 엄마, 아내로서의 일상 안에 봉사의 가치를 불어넣은 그의 속내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아프리카에서 아그네스를 만날 때는 제가 아그네스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그와 만난 4~5일의 시간이 너무 좋았더라고요. 돌아올 때 제가 너무 '힐링'된 기분이었어요. 그 전에 불평해 온 삶이 감사한 것이었다고 깨닫게 됐어요. 마음을 성숙하게 만들어 준 경험이었죠. 그렇게 되면 그 다음에 봉사를 안 갈 수가 없어요. 그들 뿐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나눔의 행복'을 진행할 때 저는 저를 위해 나눔을 했어요. 저를 세우고 채우려고요. 그 전까지는 '나를 위해 봉사를 한다'고 하는 것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 공감돼요. 감동을 받고 열정이 생기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예인들의 봉사나 기부에는 '보여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편견이 따라붙곤 한다. 김정화 역시 "연예인이니 조심스러운 면이 있긴 하다"며 "실제 연예인들이 '보여지려는 것 아니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배우, 연예인이니 '봉사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요. '이런 이런 것이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잖아요. 일반인들에게도 연예인들에게도 본인의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나보다 더 많이 안 가졌고, 건강하지 않았고, 힘들지만,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행복하다고 할 때 저를 반성하게 돼요. 봉사는 제게 늘 반성의 시간이었어요. 봉사를 통해서도, '나누면 행복'을 통해서도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한편 김정화는 오는 2016년 개봉 예정인 유승호, 조재현 주연의 영화 '김선달'을 통해 스크린 나들이에도 나선다. 현재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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