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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은퇴경기,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기대된다


31일 뉴질랜드전, 호주 亞컵 결승전 케이힐 교체될 때처럼 기립박수 기대

[최용재기자]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는 개최국 호주와 대한민국이 격돌했다.

지난 1월31일, 장소는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였다. 6만 관중이 홈팀 호주의 상징색인 노란 물결로 경기장을 뒤덮은 장관 속에서 두 팀은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호주가 2-1로 승리했다. 호주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국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끝까지 투혼과 투지를 발휘하며 깊은 감동을 안겼다.

그렇다면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감동을 전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호주 축구팬들 입장에서 보면 연장 15분 트로이시가 호주의 우승을 결정지은 결승골을 넣은 장면이 될 수 있다. 한국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단연 후반 추가시간 드라마처럼 터진 손흥민의 동점골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장면만큼이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두 팀의 승패를 떠나, 한국과 호주의 축구 경쟁을 넘어,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감동을 받을 만한, 모두가 하나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후반 17분에 나왔다. 이 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바로 호주의 간판 공격수 팀 케이힐(36)이 교체 아웃되는 순간이었다. 케이힐이 교체돼 그라운드 밖으로 빠져나오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 등장했다.

케이힐이 호주에서 어떤 존재인가. 호주 축구 선수 중 가장 성공한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호주 축구 선수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며 호주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긴 선수였다.

케이힐은 호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81경기에 나서 39골을 성공시켰고, 호주의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도 이끌었다. 호주 축구 역사에서 가장 강렬한 추억을 남긴 케이힐은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 은퇴를 했다. 호주의 '영웅'이자 호주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를 뛰고 가상 인상적인 아시안컵 결승전으로 장식하고 아름답게 퇴장한 것이다. 호주 아시안컵은 '케이힐의 대회'라고 평가할 정도로 케이힐을 향한 호주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호주 국민들과 축구팬들은 영웅을 대접하고, 영웅을 예우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후반 17분 케이힐이 교체 아웃될 때 호주 축구팬들이 직접 그 방법을 보여줬다. 케이힐을 향한 '기립박수'였다. 6만의 노란 물결은 케이힐이 교체되자 모두가 일어나 한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호주 축구의 영웅을 향한 존중과 존경, 그리고 감사의 의미를 담은 기립박수였다. 그동안 수많은 추억들을 선사하고 영광과 환희를 느끼게 해준 베테랑 호주 축구 영웅을 예우한 것이다. 호주 축구 영웅과 호주 국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너무나 감동스러운 장면이었다. 호주 축구팬뿐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오랜 기간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헌신하고 희생한 선수에게 기립박수로 예우하는 호주 국민들의 모습에 그들이 진정 영웅을 존경하고, 진심으로 축구를 삶의 일부로 사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장면, 또 한편으로는 부러운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한국에서도 등장할 수 있게 됐다. 호주의 케이힐처럼 한국 축구에 환희와 감동을 안긴 한국의 축구 영웅, 차두리(35)가 이런 감동적인 장면의 주인공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차두리는 이번 3월 A매치를 치르는 대표팀에 다시 선발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과 배려에 의해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은퇴식 때 (은퇴경기의) 전반 종료 후 은퇴식을 해왔다고 들었다. 소극적으로 준비하는 것 같다. 현역에서 이미 은퇴한 경우가 많아 불가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현역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한 은퇴식이 아닌 은퇴경기를 치르게 할 것이다. 자부심을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며 차두리의 특별한 은퇴식, 아니 은퇴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가 31일 뉴질랜드전 선발 출전하는 것이 목표다. 나도 선수였다면 은퇴를 할 때 단순히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받는 것보다 선수로서 은퇴경기라는 자리에서 멋지게 뛰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차두리가 선발로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나면 전반 종료 2~3분 전에 교체할 것이다.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나와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차두리의 은퇴경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 국민들이 호주 축구의 영웅을 예우했던 그 장면이 한국에서도 차두리를 향해 재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반 종료 직전 차두리를 교체하겠다는 것은 기립박수를 기다린다는 의미다.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뛴 차두리이기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태극마크와 작별을 고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한국 축구팬들이 보여줘야 할 때다. 오는 31일 한국대표팀과 뉴질랜드전의 평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모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에 모일 팬들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영웅의 은퇴식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립박수로 영웅이 떠나는 길을 함께 축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암구장에 모인 붉은 물결이 떠나는 영웅을 향해 진심을 담아 기립박수를 쳐줄 것이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차두리 고마워'를 이번에는 뜨거운 박수로 말할 것이다.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식. 전 세계 축구팬들이 감동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을 기다려 본다. 차두리와 한국 축구팬들이 함께 그 장면을 만들 것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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