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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훈 합류 정성룡, 치열함으로 재무장


대표팀-소속팀서 모두 위기, 팬심에 흔들-팬심으로 견딘다

[이성필기자] "프로잖아요."

짧고 굵은 말 한 마디는 그의 마음이 돌처럼 단단해져 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들렸다 . 지난 8개월 사이 겪은 일들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겠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수원 삼성 정성룡(30) 골키퍼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진행 중인 팀 전지훈련에 뒤늦게 합류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23명의 대표팀 엔트리 중 유일하게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던 그는 결승전이 열렸던 시드니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와 프랑스 파리를 거쳐 말라가로 왔다.

대표팀은 한국으로 돌아와 뜨거운 환대와 꽃을 받았지만, 정성룡은 말라가에 오자마자 칼바람을 맞아가며 훈련에 몸을 던졌다. 수원의 동료 선수들은 정성룡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고생했다는 위로가 모든 것을 압축했다고 한다. 신범철 골키퍼 코치는 각별한 심정으로 정성룡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그래도 정성룡은 별 말 없이 묵묵히 팀 훈련에 열중했다.

팀 숙소에서 마주한 정성룡은 표정이 그리 어둡지 않아 보였다. 경쟁은 소속팀에서든 대표팀에서든 모두 있는 것이기에 누리꾼들의 반응이나 비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지만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후회 없이만 한다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당시 부진했던 대표팀에 대한 화살은 특히 정성룡에게 집중적으로 향했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많은 선방을 했지만, 알제리전의 4실점이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이후 다수의 축구팬은 벨기에와 3차전에 나서 선방했던 김승규(울산 현대)에게 열광하면서 정성룡을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귀국 과정에서 정성룡은 나름 분위기를 살려보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가 더욱 강한 역풍을 맞고 휘청거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도 대표 선발돼 함께한 아시안컵 여정에서는 정성룡은 주전(1번)과 후보(2번)도 아닌 보조격의 '3번' 골키퍼였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에게 1번 골키퍼 자리를 내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전의 위치라 할 수 있는 3번 골키퍼로 돌아간 셈이다. 그의 A매치 출전도 64경기에서 더는 늘지 않았다.

최근 1년 사이 한국대표팀 골키퍼 자리는 엄청나게 요동쳤다. 신범철 코치는 "정성룡이 주전으로 가다가 월드컵 이후 김승규가 3개월 정도 주전이더니 이제는 김진현이 대세다. 놀라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중심에서 그림자로 밀려난 제자 정성룡을 걱정스럽게 바라봤지만 그의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무장돼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성룡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어도 대표팀에서는 정말 잘 지냈다. 문제도 없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도 편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주전이 아니었어도 묵묵히 제 위치에서 할 몫을 하고 돌아왔기에 그 어떤 아쉬운 감정도 없다.

수원에서도 정성룡의 위치는 애매했다. 고액 연봉자여서 구단의 군살 빼기 대상이었다. 해외 이적설이 돌기도 했고 구단에서도 계약 조율이 어려우면 갈 곳을 알아봐 주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그런데도 정성룡은 수원에 남았다. 잔류의 이유로 그는 팬을 이야기했다. 정성룡은 "어디를 가도 수원만한 팀이 없지 않으냐. 시설도 좋고 팬도 많다. 우리 팬들은 내가 힘들면 응원을 해준다. 경기할 때도 열정적인 응원이 힘이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원정을 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손해를 감수하고 수원에 있기로 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염)기훈이 형도 그런 이유로 남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을 지렛대 삼아 다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보겠다는 이야기다.

조이뉴스24 말라가(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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