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터널', 정유미·연우진은 분투…서사와 연출은 엉성


배우들 연기 무색케 한 서사와 연출

[권혜림기자] 배우 정유미와 연우진이 호러 영화 '터널'로 상업 영화 주연 신고식을 치른다. 브라운관에서 활발히 활약해 온 두 청춘 배우가 만났지만 이들의 분투에 찬사만을 보내긴 어려워보인다. 올 여름 가뭄이었던 호러 영화의 등장은 환영할만하지만 서사와 연출의 엉성함이 반색을 막는다.

'터널'(연출 박규택, 제작 필마픽쳐스)은 강원도의 고급 리조트로 휴양을 떠나는 다섯 남녀의 이야기다. 재벌 2세인 기철(송재림 분)의 권유로 함께 여행을 떠난 영민(이재희 분)·유경(이시원 분)·세희(정시연 분)·은주는 관리자 동준(연우진 분)의 안내로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한 사고로 김씨(손병호 분)를 죽이게 된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20년간 출입이 금지된 폐탄광의 터널에 들어선 이들은 어둠 속에서 공포와 마주한다. 어디선가 들리는 휘파람 소리는 죄의식에 젖은 청년들의 공포감을 더욱 짙게 만든다.

캐릭터 구성부터 극의 전개까지 전형적인 청춘 호러물의 공식을 따른 '터널'은 다소 예측 가능한 전개로 종종 김 빠지는 순간을 연출했다. 날카로운 에너지를 쏟아낸 정유미를 비롯, 제 역할을 해 낸 배우들의 분투가 제대로 빛을 보기 어려운 텃밭이었다.

극 중 정유미는 수줍음 많고 조용한 성격의 여대생 은주 역을 연기했다. 영화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여주인공인 은주는 차분하고 순수한 매력부터 극한의 상황 속 섬뜩한 눈빛까지 고루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간 많은 작품들을 통해 내공을 쌓았던 정유미는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끈다.

지난 2004년 호러 영화 '인형사'에 작은 배역으로 출연했던 정유미는 10년 만에 주인공으로 올라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그에게 알맞다. 그간 여성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던 정유미는 '터널'에서 기대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분위기 모두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유미의 색채다. '터널'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 뼘 더 넓힌 셈이다.

연우진은 극 중 비밀을 간직한듯한 터널 관리자 동준 역을 연기했다. 영화 '친구사이?'(2009)와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2011)로 관객을 만났지만 연우진이 상업 영화 주연을 꿰찬 것은 '터널'이 처음이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에서 조금씩 사랑을 알아가는 까칠한 남주인공 역을 맡았던 그는 '터널'에선 무겁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인물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그러나 '핫스타'로 떠오른 연우진의 역량을 '터널'은 똑바로 비추지 않는다. 그가 연기한 동준 캐릭터는 기철의 동생이자 클럽 DJ인 혜영(우희 분), 의문의 소녀(도희 분)를 제외하면 리조트를 찾은 다섯 남녀와 또렷이 구분되는 자신만의 영역을 지닌 인물. 감춰진 과거가 있을법한 동준의 행동 하나 하나에 관객의 촉각도 곤두섰다. 그러나 극의 초반 동준을 중심으로 뿌려진 단서들은 기대만한 임팩트로 이어지지 못했다. 배우의 연기와 별개로 캐릭터 자체가 안은 선천적 한계에 가까워보인다.

국내 최초 디지털 풀3D 공포 영화임을 내세웠지만 동굴이라는 공간이 담지한 입체성에만 지나치게 의지한듯한 효과도 아쉬움을 남긴다. 여운을 남기기 위해 의도한듯한 엔딩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도희가 연기한 소녀 역은 분장도 의상도 어색하게 연출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유미가 이끈 영화의 클라이막스만이 '터널'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공포보단 연민에 가까운 감정으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호러 영화의 미덕으로 치긴 어렵다.

'터널'에는 배우 정유미·연우진을 비롯해 송재림·정시연·이시원·도희·우희가 출연했다. 도희와 달샤벳 멤버 우희는 '터널'로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터널', 정유미·연우진은 분투…서사와 연출은 엉성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