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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록,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을 품다


조부상 당한 윤일록, 제주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골 작렬

[최용재기자] 지난 21일 윤일록(FC서울)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윤일록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셨던, 그래서 끔찍이 챙겼던 할아버지가 하늘로 가셨다. 윤일록의 가슴은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잃은 윤일록은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하지만 윤일록은 슬픈 티를 낼 수 없었다. 소속팀 FC서울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도 아픈 상태였다. 시즌 첫 승은커녕 첫 골도 넣지 못한 상황이었다. 주변에서 서울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윤일록은 개인적으로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팀이 힘든 상황에서 자신마저 힘든 내색을 한다면 팀에는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팀을 위해 윤일록은 아픔을 감췄다. 팀 동료들에게 조부상을 비밀로 한 이유다. 윤일록은 혼자 이겨내고 있었다.

윤일록은 할아버지 타계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전라남도 나주로 내려갔다. 팀 동료들에게는 비밀에 부쳤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는 털어놨다. 그래서 최 감독도 장례식장을 찾아 윤일록을 위로했다.

윤일록은 더 오랫동안 할아버지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하루만 머물고 다시 올라와야만 했다. 윤일록은 프로축구 선수다. 23일 부산과의 홈경기 일정이 있었기에 윤일록은 21일 나주로 내려간 후 22일 올라와 정상적으로 팀훈련을 소화했다. 부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 구슬땀을 흘렸다. 가슴은 찢어졌지만 슬픔을 드러낼 여유가 없었다. 팀 승리를 위해 슬픔을 잠시 감췄다.

부산전에서 서울은 0-1로 패배했다. 윤일록은 그래서 다음을 기약했고 26일 열린 제주전에서 그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서울의 시즌 첫 골이 터졌다. 고요한이 헤딩 슈팅으로 성공시켰다. 그 시발점은 윤일록이었다. 윤일록의 저돌적인 움직임이 서울 첫 골의 시작이 됐다. 그리고 윤일록은 팀의 두 번째 골을 직접 성공시켰다.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었다.

골을 넣은 후 윤일록은 골 세리머니를 했다.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는 순둥이 윤일록이지만 이번만큼은 해야 했다. 윤일록은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바치는 골이었다.

경기 후 만난 윤일록은 "할아버지 상은 감독님만 알고 계셨다. 팀에서 내색하지 않았다. 힘들어도 버티려 했다. 할아버지께서 워낙 잘 챙겨주셨다. 축구를 하다 보니 명절에 내려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런 것이 마음에 걸려 얼마 전 잠시 내려갔다 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다"며 고마운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윤일록이 넣은 골.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었다. 윤일록은 "할아버지께서 큰 선물을 주신 것 같다. 슈팅을 하고 나서 골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께서 큰 선물을 주신 것 같아 더 기뻤다"며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조이뉴스24 상암=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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