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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대현 "몸상태 OK, 어떤 자리든 OK"


지난해와 견줘 컨디션 '굿', 타자들에게 빚 갚을 터

[류한준기자] "일찍 훈련을 시작하고 몸을 만든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정대현이 어느 때보다 가벼운 몸상태로 2014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정대현은 17일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양대와 연습경기에 등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경기는 열리지 못했다.

연습경기가 우천취소됐지만 쉴 수는 없다. 정대현은 동료들과 가모이케돔으로 자리를 옮겨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고 야간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아픈 정대현이 아닌 '건강한' 정대현이 마운드에 오른다면 올 시즌 롯데 마운드는 한결 든든해진다.

정대현은 지난해 자존심을 구겼다. 뒷문을 맡을 마무리투수로 일찌감치 낙점 받았지만 정규시즌 개막에 앞서 참가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일이 꼬였다. 정대현은 "WBC 참가 자체는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대표팀에 합류할 때만 해도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에 나가 뛰면서 그만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아쉬웠던 순간을 돌아봤다. 정대현은 "네덜란드전으로 기억하는데 심리적으로 안좋은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었다"고 했다.

WBC 당시 정대현은 한국이 0-4로 네덜란드에게 끌려가고 있던 7회 무사 2,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정대현은 세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볼넷 하나를 내주고 1실점했지만 잘 막았다. 1실점도 배터리를 이뤘던 팀 동료 강민호의 송구 실책으로 내줬다. 정대현은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지만 네덜란드전 등판 이후 팔꿈치에 통증이 왔다.

대표팀에서 돌아와 롯데에 복귀한 정대현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투구 밸런스가 흔들렸고 주무기인 커브와 싱커도 위력이 떨어졌다. 정대현이 제 자리를 못잡자 롯데 뒷문이 크게 흔들렸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중간계투로 뛰던 김성배를 마무리로 돌렸다.

2014시즌은 정대현에게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일찌감치 몸을 만들기 위해 후배 강영식과 함께 먼저 사이판으로 떠났다. 그는 사이판 출국에 앞서 지난 1월 6일 열린 팀 체력테스트에도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당시 김 감독은 정대현에게 '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전했다. 추운 날씨에 러닝이 오히려 무릎 상태를 안좋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배려를 했다.

하지만 정대현은 동료들과 함께 1천m 달리기에 참가했다. 그는 "원래 러닝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 거리는 부담되지 않았다"며 "뛰어도 상관이 없었다"고 했다.

정대현은 지난해 부진 원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서 "내 투구에 스스로도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몸 상태에 신경이 쓰이자 가장 중요한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정대현은 "정말 답답했다"며 "몸상태가 좋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간 적이 얼마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대현은 상대 타자가 까다롭게 여기는 구종과 코스를 앞세워 공을 뿌린다. 그런데 지난해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잡는 게 우선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컨디션 난조로 퓨처스(2군)리그에 내려간 적이 있긴 했지만 팀이 원할 때면 주저 없이 마운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기록한 성적이 58경기 등판 5승 4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33.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2001시즌 기록한 평균자책점 5.40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정대현은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며 "내 상태보다는 팀이 우선"이라고 했다. 정대현은 지난 기억을 모두 떨치려 하고 있다. 팔꿈치와 허리 모두 통증이 없다. 몸상태는 100%라고 해도 무방하다.

김 감독은 정대현에게 아직 보직을 정해주지 않았다. 마무리 일순위 후보로 김성배를 꼽고 있는 가운데 최대성과 함께 '더블 스토퍼' 카드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정대현이 든든한 마무리로 들어가준다면 그것보다 좋은 그림은 없다. 정대현은 지난 시즌까지 통산 101세이브 97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3홀드만 더하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100세이브 100홀드 고지를 밟는 선수가 된다.

정대현은 "아직 보직과 관련해 들은 건 없다"며 "굳이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선수를 김 감독께서 기용하실 거라 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한 그는 "누가 어떤 보직을 맡든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어떤 자리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컨디션이 좋다면 그 보직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라 본다"고 했다.

정대현은 이날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50개 정도 공을 던졌다. 그는 "지금까지 던진 것 중에서 가장 좋았다"며 "볼을 던질 때 임팩트나 컨트롤 모두 마음에 들었다. 변화구도 잘 들어갔다"고 만족해했다.

정대현은 "지난해 타자들에 빚을 많이 졌다"며 "올 시즌에는 이를 꼭 갚아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구속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보니 내 공을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상태에서 타자와 승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전했다.

올 시즌에는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각 팀이 모두 보유하게 된 외국인타자다. 롯데에도 루이스 히메네스가 합류했지만 나머지 8개 구단도 마찬가지다. 정대현은 "만만한 팀이 없다"며 "그래서 접전이 자주 벌어질 것 같다. 중요한 고비에서 밀려나지 않는 팀이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대현의 말처럼 올 시즌에는 중반 이후 버티기에서 각 팀의 명암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마무리든 중간이든 예전 모습을 찾는다면 롯데는 버티기 싸움에서 든든한 카드 한 장을 손에 넣게 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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