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송강호 "배우는 장거리 주자, 삶과 함께 달린다"(인터뷰)


배우 송강호가 보여주는 인물은 다채롭다. 밤에만 프로레슬러로 변신하는 직장인에서. 만주 벌판을 누비는 보물 사냥꾼, 약간 모자란 아빠, 생활형 조직 폭력배, 그리고 금기의 사랑에 빠진 뱀파이어 신부까지. 그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는 놀라울 정도다.

이창동에서 김지운까지. 한국영화 거장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이자, 신인 감독들에게도 이 톱배우와 함께 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지난해 영화 '박쥐'로 영광과 수난을 함께 겪은 송강호는 올해 초 '의형제'로 스크린을 찾는다. '영화는 영화다'로 혜성같이 등장한 장훈 감독의 차기작인 '의형제'에서 송강호는 전직 국정원 요원 역을 맡아 그동안의 많은 캐릭터를 총망라하는 인물을 선보인다.

송강호-박찬욱 콤비의 탄생을 알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역할 바꾸기 버전처럼 보이는 '의형제'에서 송강호는 'JSA'에서 그가 연기했던 북한군과 유사한 캐릭터인 강동원을 만나 우정과 교감을 나누게 된다. 그가 연기한 수많은 캐릭터의 총집합체라 할만큼 웃음과 인간미를 가진 '의형제' 속 인물을 통해 송강호는 배우 인생을 한번 중간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중견 감독과 신인 감독의 작품을 적절히 조화롭게 출연하는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는데, 재미있고 참신하더라. 무겁고 큰 스케일은 아니지만 대중 영화로 가진 미덕이 많았다. '영화는 영화다'를 봤는데, 그 정도 영화의 내공이 있다면 이번 영화도 훌륭하게 만들어낼 것 같았다. 그래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강동원은 '전우치'가 너무 힘들어서 출연을 망설였다고 하더라. 그래도 놓치긴 아까워서 결국 출연을 하게 됐다. 극중 인물과 강동원의 이미지가 너무 잘 맞는다."

분단 소재라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를 연상시키는데?

"전직 국정원 요원인데, 'JSA'뿐만 아니라 많은 이미지들이 다 있다. 새로운 이미지라고 할 수 없다. '박쥐', '우아한 세계', '살인의 추억'이 다 담겨 있는 캐릭터다. 송강호라는 배우의 가장 친숙한 느낌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박쥐'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과감한 노출 연기도 그렇고. 화제의 중심에 선 기분이 어땠나?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박쥐'는 너무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라 관객이 혼돈스러워할 수 있겠다 싶었다. 취향 상 안 좋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고.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였다. 배우서는 '괴물'처럼 모든 관객이 열광해주는 것이 물론 기쁘지만. '박쥐' 역시 적절한 반응이었다는 생각이다. 좋은 평가인가를 떠나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에 대해 예술가는 어느 정도 쾌감을 느낀다. 내가 화두가 됐다는 그런 느낌? 작가도 그렇지만 자신있게 만든 작품이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화두가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다.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박쥐'를 받아주길 원했는데, 예상보다는 그런 면이 덜해서 아쉽기는 했다."

한결같이 톱배우의 자리를 지켜왔다.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우로서 변신과 도전이라는 것이 숙명이자 힘든 숙제일 것 같다.

"배우 인생이라는게 단거리 주자가 아니라. 우리 삶이 지속되듯이 배우의 일도 삶과 함께 진행된다. 삶과 동시에 길게 가는 것이 배우 인생이라 굴곡이 있을 수 있다. 좋거나 나쁘거나 배우의 길을 길게 생각해야지, 당장 평가를 받고 일희일비하는 마음을 가지면 힘들어진다. 캐릭터가 비록 반복되는 느낌을 하더라도 또 금방이라도 새롭고 비수와 같은 연기를 할 수가 있는 것이 배우다. 그러니 너무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작을 너무 의식할 필요도 없고."

중견감독과 신인 감독의 작품이 적절하게 섞여있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이 가진 매력은?

"신인 감독에게는 젊은 패기가 있다. 영화를 처음 만들던 두 번째 만들건 감독의 내공은 기성감독에게 뒤처지진 않는 것 같다. 작품을 하다보면 실패도 하고 부침도 있지만 그런 속에서 더 큰 감독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신인 감독과의 작업에서는 언젠가는 더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와 즐거움이 있다."

최근 많은 배우들이 TV에 출연하고 있는데, TV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TV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신비주의를 위해 TV에 안 나가는 것은 아니다. 예전과 달라서 TV며 인터넷 모든 매체가 배우의 모습을 다루는데, 신비주의라는 것은 새삼스럽다. 다만 내가 TV에 나가 시청자에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는 것 뿐이다."

한국영화계에서 상복은 최고인 것 같다. 그래도 받고 싶은 상이 있다면?

"상복은 있다면 있지만, 없다면 또 없는 것 같다(웃음). 새로운 영화가 나오듯 새로운 배우가 나오는데, 상이라는 것이 그런 분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배우는 없는 것 같다. 물론 받으면 좋다.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배우 송강호 하면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주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티켓파워가 아니겠나?

"티켓파워라 하기에는 민망하다. 어떤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선택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이 티켓파워이면 티켓파워인거고. 하지만 우리 영화는 나보다 강동원 파워가 압도적이지 않을까 싶다(웃음)."

결국 영화의 흥행에 배우의 호감도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물론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게 된다. 배우라는 존재가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도 있지만 그건 제도화된 혜택이 아닌 심리적 혜택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인데,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항상 조심하고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배우는 자유로움을 잃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작년에는 한국영화 위기설을 딛고 소기의 성적을 낸 한해였다. 올해는 어떨 것 같나?

"올해 한국영화는 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위기를 겪으며 점차 건강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한때는 거품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 많이 정리가 된 것 같다. 제작환경이 많이 까다로워졌지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건강한 구조에서 다시 르네상스를 맞는 과도기가 아닌가 싶다. 올해 역시 다양한 실험과 다양한 구조에 도전하는 과도기가 될 것 같다.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 '의형제'가 상징하고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의형제는 친형제는 아니지만 친형제같은 존재, 우리 민족에 대한 얘기일수도 있다. 또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고 지원해주는 의리에 관한, 구원에 관한 상징일 수도 있다. 얼었던 마음을 다시 살려주는 그런 존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송강호 "배우는 장거리 주자, 삶과 함께 달린다"(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