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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박기영, 그녀가 가요계에서 살아남은 이유(인터뷰)


가요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매일 수십여 명의 새로운 가수가 가요계로 쏟아져 나오고 그중 절반 이상이 소리없이 사라진다. 한때 인기 정상을 누리던 가수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화려한 과거의 명성을 뒤로 한 채 어느 샌가 뒤안길로 사라진 가수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가요계는 치열하다. 요즘 같은 불황 속에서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데뷔 10년차 가수 박기영. 하지만, 그녀는 조급하지 않다. 그녀의 음악도, 인생관에도 삶의 여유가 묻어있다. 척박한 가요계에서, 회전력이 빠른 가요계에서 그녀가 10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여유로움에 있다.

디지털 음악이 '대세(?)', 박기영의 노래는 '아날로그'

박기영은 이번 앨범 'Aqustic + best'에 타이틀곡 '그대 나를 보나요'를 포함해 '산책' '시작' '마지막 사랑' 'blue sky' 등 그간의 히트곡들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재해석해 담았다.

디지털 음악이 난무하는 2008년 가요계에서 그녀는 왜 아날로그 성향이 강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도전했을까.

박기영은 "우리 몸이 아날로그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도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아날로그가 아닌가. 그런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날로그' 녹음 방식을 선택했다. 따로 따로 녹음해 수정을 거듭하면서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 방식. 그러나 박기영은 보컬을 포함한 연주자 전체가 동시에 녹음하는, 이른바 '원테이크 레코딩' 작업으로 녹음했다. 시간이나 노력이 몇 배가 더 드는 '수고스러운' 작업이다.

"베스트 앨범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예전 노래를 모아 간단히 만들 수도 있었죠. 그래도 굳이 사서 고생을 했던 것은 도전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음반은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거잖아요. 장인 정신에 입각해서 좀 더 섬세하고 절제된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박기영의 노력은 앨범 곳곳에서 묻어난다. 히트한 곡들을 담아 베스트 앨범을 만드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그녀는 곡 하나 하나를 편곡, 새로운 색깔을 끄집어냈다.

"이번 앨범은 데뷔 10주년이니깐 여기에 서서 뒤돌아보고 정리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예요. 앞으로 음악적 방향에 대한 정리를 하는 것보다는 노래에 새 옷을 입혀 정리해주고 싶었어요. 못 떠서 아쉬운 곡을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느낌으로 스페셜하게 담고 싶었죠."

박기영은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을 통해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여유를 찾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아날로그 음반을 낸 진짜 이유다.

"아날로그 음반을 낸 이유는 좀 쉬어가자는 의미였어요. 요즘 사람들은 1분1초를 여유롭게 견디지 못하잖아요. 이번 앨범을 내기 전에 산티아고 여행을 하면서 아직 제 자신에게 행복과 여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그런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10년차 가수' 박기영, 그녀가 가요계에서 살아남은 이유

2008년 가을 가요계는 아이돌 가수부터 돌아온 '오빠들'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무대에 서기도 쉽지 않고, 주목 받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그녀는 초조하지 않다.

"대형가수들과 대결요? 나올 때마다 늘 있는 일 같아요. 진짜로 음악을 하는 가수도 있고 '다음 앨범 낼 때는 몇몇은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십대 초반에는 초조하기도 했죠. 10년이 되고 또 어려움도 겪어보니 음악을 할 수 있는 이 자체가 행복이더라고요."

현재 박기영은 가요계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여자 가수다. 싱어송라이터로 말한다면 희소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녀의 끈질긴 생명력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 이유에 대해 박기영 스스로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방관자로 사는 인생관을 꼽았다.

"십 년 넘게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음악에 대한 진정성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것만이 통한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없다면 순간 반짝할 수는 있지만 지속력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집에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안하고 관심도 없어요. 오로지 제 음악과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중심 속에 있으면 정신이 없어요. 조급해지고 급박해질 뿐이지 여유로워지지 않아요. 삶이라는 것은 여유를 갖고 두발자국 떨어져서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잖아요. 조급하게 기다리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이 건강에 좋아요. 방관자로 사는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어요."

박기영이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이 모든 것과 맞닿아있다. 여유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방법을 그녀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서울의 아티스트로 살아가다보면 성공과 히트에 목매서 나를 잊어버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그런 것들이 아주 우연히 책이 됐죠."

박기영은 성공한 삶에 큰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유롭고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삶을 꿈꿀 뿐이다. 박기영의 음악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곡들처럼 톡톡 튀는 것만을 쫓아가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의 바람처럼 지친 삶에 위로가 되고 여유를 찾게끔 하는 편안함이 있다.

이것이 그녀가 데뷔 10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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