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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 "원작 재창조 욕심 컸다"(인터뷰)


"관객들이 퍼즐을 맞춰가는 영화"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장르 영화의 귀재 원신연 감독이 지난 2013년 '용의자' 이후 4년 만에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원신연 감독은 원작을 영화로 만들게 된 계기와 제작 과정 등을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제작 ㈜쇼박스, ㈜W픽처스) 개봉을 앞둔 원신연 감독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김남길·김설현·오달수 등이 출연한다.

원신연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김병수(설경구 역) 캐릭터에 빙의됐다. 그 상황들을 그려가면서 읽다보니 (읽는) 호흡이 빨랐다. 시나리오를 쓰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소설을 읽고 나서 대체적인 그림, 방향들이 그려졌다. '이렇게 진행하면 원작 캐릭터를 훼손되지 않겠구나'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짜여졌다"며 소설을 영화로 만든 계기를 밝혔다.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것에 걱정은 없었는지 물었다. 원신연 감독은 "'원작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원작이 너무 단단해서 누가 만들든 큰틀에서 훼손하지 않고, 원작에 신세지면서 재창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김영하 작가는 단번에 영화화 제의를 수락했다. 김영하 작가도 본능적으로 (원작이 단단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원작을 재창조해보고 싶었다.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범죄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세븐 데이즈'(2007)에 이어 액션 쾌감을 선사한 '용의자'(2013)까지, 스릴러와 액션 장르에서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 원신연 감독. 앞서 '피아노맨'(1996), '깊은 슬픔'(1997) 등에서 무술감독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원신연 감독의 장기, 스릴러·액션이 이번 영화에서도 드러났는지 물었다.

"장기를 일부러 '살인자의 기억법'에 넣으려고는 하지 않았어요. 비주얼적인 액션보다는 병수와 태주(김남길 역)가 짧은 순간에서도 수없이 서로 내적으로 하는 싸움 자체가 치열했고 스펙타클했죠. 사고 장면이나 인물들 간의 대결에서 필연적으로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긴 해야 했지만 장기의 연장은 아니었어요. 다만 '이왕 연출하는 거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기보다 실제 그 현장에서 찍어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장면들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이미지일까' 고민하며 접근하려 노력했고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장면들까지도 실제 촬영했어요. 이런 점에서 제 장기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영화에서는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도 사용됐다. 기존 카메라에서는 나올 수 없는 각도이기 때문에 특별히 제작됐다. 원신연 감독은 "병수의 머릿속에 부유하는 과거 시퀀스를 표현하기 위해 360도 회전 카메라를 사용했다"며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표현할 수 있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는 느낌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마치 3D 안경을 쓰고 피사체를 보는 것과 3D 안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의 차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다.

원신연 감독은 지난 8월 2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의 장르적 특징을 극대화 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도 원작과 같은 듯 다르다.

"영화는 보는 이가 등장 인물을 응원하거나 등장 인물의 시선, 목적 등에 동의해야 그 작품에 애정이 생겨요. (원작과 비교해) 영화에 캐릭터를 추가, 변형, 해체, 재조합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인물의 부성애였어요.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병수의 캐릭터를 변화시켜 그 인물에 애정을 느낄 수 있게 했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억에 관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시나리오 작성 단계부터 신경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았다. 원신연 감독이 영화 속 리얼리티를 추구하려는 노력이었다. 원신연 감독은 "시나리오의 캐릭터가 병적 현상인지, 망상인지, 분열인지, 치매의 의학적 범위인지 등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전문의의 자문을 구한 결과, 시나리오 속 표현이 맞다고 해서 어떤 부분을 따로 추가하거나 배제하진 않았다. 시나리오를 의심하지 않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어떤 점을 관객에게 어필하고 싶냐고 묻자 원신연 감독은 소재의 특징을 꼽았다. 원신연 감독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소재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다. 보통 연쇄살인범들을 다룬 작품들은 이들을 형사나 피해자가 쫓는 구조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의 기억에 관련된 영화이다 보니 연쇄살인범이 두 명이 될 수도 있고 인물의 기억이 망상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끊임없이 의심해가야 하는 영화다. 관객들이 그런 퍼즐을 맞춰가는 걸 즐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들어와야 재밌는 영화예요. 물론 스릴러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요. 영화를 보면서 계산, 예측한 게 등장인물의 행동 방향과 맞아떨어지거나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재미 같아요. '살인자의 기억법'은 병수의 기억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나아가는 작품이죠. 병수가 맞춘 퍼즐이 맞는지 아닌지를 예측할 수도 있고요. 결론을 내려주기보다는 관객들이 맞출 수 있는 퍼즐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는 6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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