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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유준상의 좋은 연기, 좋은 인생(인터뷰)


"실존 인물의 발자취 여행, 이만큼 행복한 일 없다"

[권혜림기자] 배우 유준상이 영화 '고산자'를 통해 흥선대원군으로 분했다. '이끼'와 '전설의 주먹'에 이어 강우석 감독과는 이번이 세 번째 호흡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인 대원군 역을 연기하며 유준상은 인물의 흔적이 닿아있는 곳곳을 돌아보며 캐릭터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영화, 드라마, 공연,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유준상의 삶은 매일이 뜨겁고 치열했다.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 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유준상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산자'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차승원이 김정호 역을, 유준상이 흥선대원군 역을 연기했다.

실존 인물인 흥선대원군 역을 연기하기 위해, 유준상은 촬영이 없는 시기에도 김정호와 흥선대원군의 역사적 발자취를 찾아다녔다. 때로 아이들도 함께 한 이 여행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배우의 준비 과정이자, 교육적 가치가 있는 역사 기행이기도 했다.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것이 어려운만큼 재밌는 건 그 분을 찾으러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분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그만큼 행복한게 없는 것 같아요. 그 시대를 살지 못했지만 어딜 가든 남아있잖아요. 앞으로도 그런 것들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 곳을 가서 느끼고 공부하는 것만큼, 역사 공부만큼 재밌는 게 없거든요."

흥선대원군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는, 알려진 것보다 더욱 예술적 소양이 풍부했던 인물의 이면을 배울 수 있었다. 유준상은 "학자 분들은 그 분이 그렇게 예술적으로 대단한 분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셨다"며 "난을 치는 실력은 누구보다 대단했다는 문헌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 분은 어떤 마음으로 난을 쳤을까 생각했어요. 그 안에 그 시대가 다 녹아 있다는 점이 참 재밌었죠. 특히 절벽에 난을 친 작품을 보면 난들이 꼿꼿이 살아있어요. 위태위태한 선이 보이는데. 그것이 그 분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작품 같았어요. 그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많이 생각했고요. 너무 힘든 삶을, 난을 치며 정제하지 않았을까요?"

세대를 초월해 호감을 얻어 온 배우 유준상은 최근 70대 이상 노인들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도 고백했다.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삶의 지혜를 배우는 기분을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직업이 배우이니 좋은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공부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인생을 살아야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지 생각하기 위해, 많은 여행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어른신들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요. 70대 이상 분들과 대화하며 얻는 것이 너무 많아요. 이런 분들의 말 한 마디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죠."

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유준상은 소소한 체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연기를 돌아본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그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잘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인터뷰를 하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이 동네를 한 번 여행한다는 생각을 하면 또 그만큼 좋은 일이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준상은 '고산자' 외에도 뮤지컬 '그날들'로 관객을 만난다. 1969년생인 그는 어느덧 뮤지컬 무대의 큰형님이 됐다. "하루에 두 번의 공연을 하면서 5시간 동안 무대에 서있으려니 무릎도 아프고 힘이 든다"고 나이에서 오는 체력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한 유준상은 "내년엔 하루에 한 번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힘든만큼 얻는 것이 많은 곳이 바로 무대"라고 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이만큼인데 과욕을 부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몸이 벌써 반응하거든요. 20세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친구들과 무대를 하다 힘이 들면 '나는 조금 힘들어. 내일 모레 오십이야'라고 말해주기도 해요. '나를 막 대하는 건 좋아. 대신 세게만 때리지 마. 담이 올 것 같아'라고 부탁하기도 하죠.(웃음) 하지만 대중과의 만남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연기에 대한 고민, 그보다 중요한 좋은 인생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하고 있어요."

유준상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는 없겠지만 연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좋은 면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며 "어르신들의 좋은 말씀이 주는 영향을 내 연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영화 '고산자'는 오는 7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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