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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프리미어12 우승, 3인의 숨은 공헌자③ 송진우


첫 경험 대표팀 코치 맡아 우승에 힘 보태, 내년 시즌 나아진 해설 예고

[정명의기자] 송진우(49) KBS N 해설위원은 지난달 대한민국 대표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5 WBSC 프리미어12'에 투수코치로 참가했다. 지도자로서는 처음 가슴에 단 태극마크였다.

송 코치의 역할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선동열(52) 투수코치를 보좌하는, 사실상 불펜코치였기 때문. 송 코치 스스로도 "김인식 감독님과 선동열 코치님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가셨다. 나는 서브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코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수들의 컨디션을 면밀히 체크하며 덕아웃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 대표팀의 '짠물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한국 투수진이 대회 평균자책점 1.93(54이닝 11자책)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살려준 송 코치의 지도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김인식 감독에게 감사와 감동

프리미어12를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인식(68) 대표팀 감독을 기술위원장으로 하는 기술위원회를 구성했다. 기술위원으로는 김재박(61) KBO 경기운영위원, 이순철(54) SBS스포츠 해설위원, 선동열 전 KIA 감독이 송진우 코치와 함께 선정됐다. 그 중 송 코치는 유일하게 감독 경험이 없는 지도자였다.

송 코치는 "나만 감독 경험이 없었는데, 김인식 감독님께서 배려를 해주신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메인 코치는 아니었지만, 선수들과 호흡하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첫 대표팀 코치로서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 감독과 선 코치에게 공을 돌리며 거듭 몸을 낮춘 송 코치다. 송 코치는 "김인식 감독님과 선동열 코치님이 적재적소에 투수들을 잘 기용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좋은 선수들이 잘 던져줬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나는 선수들 컨디션을 체크하고,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밖에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도자로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 프리미어12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번 우승은 송 코치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젠가 돌아갈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많은 것을 배운 대회이기도 했다.

송 코치는 "이번 대회를 통해 경기 운영, 선수들에게 마음을 베푸는 법 등을 배웠다"며 "많은 공부가 된 대회였다"고 처음 국가대표팀을 지도하며 느낀 점을 설명했다.

스승인 김인식 감독의 모습이 송 코치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송 코치는 "우승을 한 뒤 김인식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다"며 "보통 감독들은 말로만 고맙다고 한다. 그런데 모자를 벗고 목례를 하는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감동적이었고, 느낀 점도 컸다"고 말했다.

◆걱정 많았던 대회, 장원준 역할에 '엄지 척'

투수코치로서 고민이 많았다. 사실 대표팀은 출발부터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삐걱거렸다. 송 코치는 "우완 선발이 부족했는데 송승준, 류제국도 시즌 중 활약상이 좋지 못했다"며 "그 밖에 다른 이유로 출전이 어려운 선수들도 발생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어려웠던 대회 준비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송 코치는 "늦게 합류한 장원준, 조무근, 임창민이 정말 잘해줬다. 이대은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인데, 선수들이 처음에는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서로 던지려고 난리였다.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며 자신감을 찾은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것은 마운드의 힘이었다. 한국은 1.9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이 부문에서 캐나다(1.8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캐나다가 8강에서 탈락, 한국보다 2경기를 적게 치른 점을 감안할 때 대회 최강의 마운드는 한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기록에는 송 코치도 성취감을 느낀다. 송 코치는 "기분이 좋았다"며 "일본과의 개막전 이후 불펜에서 내준 자책점이 한 점도 없다. 국제대회에서는 선발도 잘해줘야 하지만 불펜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다들 제 몫을 해줬다"고 불펜진에 고마움을 표했다. 송 코치의 말대로 대표팀 불펜은 개막전 이후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0.00이었다.

특히 송 코치는 장원준의 역할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원준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쿠바와의 8강전에서도 4.2이닝 2실점으로 준결승행에 발판을 놓았다.

송 코치는 "기술위원회에서 장원준을 적극적으로 (대체 선수로) 추천했다"며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대회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낙점했다. 장원준이 고비마다 잘 던져준 것이 우승에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3·4위전도 생각했던 일본과의 준결승, 이대은에게는 특별 지도

한국이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하기까지 백미는 단연 일본과의 준결승전이었다. 0-3으로 뒤지던 9회초 4점을 뽑아내며 대역전을 일궈냈고, 9회말 수비를 실점없이 넘기며 극적이면서도 통렬한 승리를 완성했다. 이른바 '11·19 도쿄대첩'으로 기억될 명승부였다.

사실 한국의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는 3·4위전의 준비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누가 봐도 패색이 짙었기 때문. 만약 패한다면 3위를 차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또한 중요했다.

송 코치는 "선동열 코치님과 3·4위전을 준비할 것이냐, 이현승을 미리 쓸 것이냐를 고민하다가 이현승을 아끼기로 했다"며 "추가점을 주면 쫓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이현승을 안 쓰고도 남은 이닝을 막아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코치는 "9회초에 믿기 어려운 역전이 펼쳐졌고, 아껴놨던 이현승이 9회말 마지막 타자를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며 "감독님과 선 코치님의 작품이었다"고 겸손하게 준결승전 투수교체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송 코치의 지도에 특별히 고마움을 표시한 선수는 해외파였던 이대은이었다. 이대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 시즌 9승을 올리며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런 이대은은 현역 시절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했던 송 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송 코치는 "고척돔에서 평가전을 할 때, 일본에서도 제구가 흔들리는 경기를 많이 했다며 어떻게 제구력을 잡아야 하는 지 물어보더라"며 "많은 것은 아니고, 내가 현역 때 어떤 훈련을 했고 마음가짐을 어떻게 했는 지 조심스럽게 얘길 해줬다. 거꾸로 (이)대은이한테는 일본 타자들에 관한 정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설위원으로는 반성, 내년 시즌 나아진 모습 다짐

2015년은 송 코치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한 해였다. KBS N의 해설위원으로 데뷔한 것. 처음 겪는 해설위원 생활은 송 코치에게 힘든 경험이었다. 평소 말을 못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이크 앞에서의 해설은 아직 어색했다.

송 코치는 "빵점이었다. 30점 정도 줄 수 있을까. 야구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되게 할테지만 해설은 그게 안되더라"며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는데, 내년에도 마이크 앞에 앉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내년에는 조금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반성과 함께 더 나아질 해설을 다짐했다.

이어 송 코치는 "많은 분들이 질타도 많이 해주셨지만, 전달력은 떨어져도 야구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들었다"며 "확실히 해설을 하면서 공부도 많이 됐고, 아직 부족하지만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송 코치는 "속 시원히 얘기하자면, 해설을 하면서 선수 때 명성을 다 까먹은 것 같다"며 "야구도 잘하고, 해설도 잘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하늘도 여러가지 복을 한꺼번에 주지는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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