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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축소지향…삼성, 부자구단의 '지갑 닫기'


프로야구의 양갈래 지향점①…삼성, 내실 다지기에 초점

[정명의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지갑을 닫고 있다. 전통 부자구단으로 여겨지던 삼성의 달라진 모습이다. FA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던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 이제 삼성의 지향점은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는 데 있다.

삼성이 외부 FA를 영입한 마지막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삼성은 심정수(4년 60억원)와 박진만(4년 39억원)을 동시에 영입하며 거액을 투자했다. '돈성'이라는 비아냥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그러나 삼성은 이후 올 시즌까지 11년동안 한 번도 외부 FA와 계약을 맺지 않았다. 큰 돈을 들여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육성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정수와 박진만의 영입도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두 선수를 영입한 뒤 첫 시즌이던 200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 2006년에도 우승에 성공하며 2연패에 성공한 삼성은 점차 왕조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이후 삼성은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나갔다. 2011년 류중일 감독의 부임 이후로는 지난해까지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고, 올 시즌에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를 구축하는 동안 삼성의 전력은 내부 육성을 통해 만들어졌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은 이승엽과 임창용 등 해외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복귀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전력의 기본 골격은 삼성에서 성장한 선수들을 통해 갖춰졌다.

그런 삼성의 기조는 올 시즌을 끝으로 더욱 확실해질 전망이다. 이미 여러 곳에서 그 조짐이 나타난다. 쉽게 열리지 않던 삼성 구단의 지갑은 앞으로 더욱 단단히 닫혀질 가능성이 높다.

FA 박석민의 이탈은 삼성 팬들에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동안 삼성이 외부 FA를 영업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FA를 놓친 사례도 많지 않았기 때문. 특히나 팀 전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부 FA의 경우 반드시 잔류를 시켰던 삼성이었다.

박석민은 삼성에서 '공수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삼성은 박석민을 잡지 못했다. 박석민은 4년 총액 96억원이라는 조건에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자금력에서는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삼성이 보여준 반전이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삼성은 적정선을 지켰다.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를 동시에 영입했지만 두 선수 모두 거물급과는 거리가 멀다. 두 선수의 몸값은 웹스터가 총액 85만달러, 벨레스터가 50만달러다. 한화 이글스의 에스밀 로저스가 190만달러, KIA 타이거즈의 헥터 노에시가 170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경우 몸값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몸값이 비싼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성공 가능성은 당연히 높다. 특히나 삼성은 내년 시즌 전력 약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외국인 선수 영입에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구단의 운영 주체에 변화가 생긴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 야구단은 제일기획으로 이관된다. 야구단의 1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변경되는 것. 1982년 창단 이후 34년만에 맞는 변화다.

제일기획은 이미 삼성 그룹의 기존 프로 스포츠단 4개를 인수했다. 축구단과 남녀 농구단, 그리고 배구단이 제일기획의 울타리 안에 있다. 여기에 가장 덩치가 큰 야구단까지 가세하는 셈이다.

야구단을 운영하게 된 제일기획은 "최근 구단들은 과거 승패만을 중요시했던 '스포츠단'에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창출해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돈을 쓰기만 하던 것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돈을 버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거품 낀 FA 시장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점, 외국인 선수 여입에도 거액을 쏟아붓지 않은 점 등이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의 달라진 지향점에는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모기업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삼성 뿐만이 아니라 모든 프로야구단의 숙제라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은 결국 프로야구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축소지향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삼성이다. 그동안은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내년 시즌 삼성의 전력은 벌써부터 중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홈 구장 역시 낙후된 대구 시민구장을 떠나 최신식 라이온즈파크로 이동한다. 성적 뿐만이 아니라 흥행에 있어서도 시험대에 오르는 것. 흥행은 곧 성적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지갑을 닫고 효율을 추구하는 삼성의 팀 운영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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