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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철저', 포항 김형일은 좌절하지 않는다


포항 2위 유지의 숨은 힘, 비주전이라도 늘 노력하며 기다린다

[이성필기자] 올 시즌 트레블(3관왕)을 외치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포항 스틸러스가 중요한 두 경기를 앞두고 있다. 22일 경남FC와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는 선두인 1위 전북 현대(44점)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일전이다. 포항의 승점은 40점이다.

27일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FC서울과의 원정 경기는 FA컵 탈락으로 2관왕 가능성만 남은 포항이 운명을 걸어야 하는 한판이다. 1차전 홈 경기를 0-0으로 끝내 4강 진출 확률은 반반이다. 황선홍 감독은 "계획은 있다. 우리 목표는 챔피언스리그다"라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선수층이 한정돼 있어 활용폭이 좁은 것이 고민이다. 특히 공격진은 조찬호가 장기 부상을 당하는 등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하지만, 수비는 큰 걱정이 없다. 고난의 길을 걷는 황선홍 감독이 늘 자신있어 하는 부분이 수비에서만큼은 더블스쿼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왼쪽 풀백 김대호가 부상 당하자 곧바로 박희철로 대체하는 등 탄탄한 수비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원일의 부상으로 축이 흔들린 중앙 수비수도 김형일로 메웠다. '검투사'라는 별병답게 김형일은 막강한 공중볼 장악과 일대일 수비 능력을 앞세워 포항의 2위 유지에 공헌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김형일의 입지는 그리 튼튼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상주 상무에서 전역한 뒤 돌아왔지만 재정 압박으로 몸값이 부담스러운 선수들을 내보내고 있던 포항에는 짐이었다. 고액 연봉자라는 신분이 김형일에게 걸림돌이 된 것이다.

김광석-김원일로 구성된 기존의 중앙 수비 체제가 워낙 견고해 주전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다른 팀에 가면 얼마든지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지만, 김형일은 비주전으로 밀렸다. 훈련에서도 주로 비주전 팀에서 몸을 풀었다. 다른 선수들이 주전팀의 몸푸는 모습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홀로 몸을 괴롭히며 준비에 열중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상관없이 김형일이 죽어라 연습에 열을 올리는 데는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그만의 신념을 실천한 것이다. 개막 후 3월26일 전북전 출전이 전부였던 그는 오랜 공백을 견디며 때를 기다렸다. 마침 지난달 12일 김원일이 울산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기회가 왔다.

뛸 기회가 생기자 김형일은 몸을 던졌다.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은 수비 리더인 김광석에게 맡기고 오직 상대의 볼 차단에 주력했다. 덕분에 포항 수비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20일 서울과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도 철벽에 가까운 수비로 무실점 무승부를 제조했다. 클래식 5경기에서는 4실점만 했다. 그것도 수원전 1-4 패배를 당할 때 대량실점한 것이었을 뿐 나머지 경기는 무실점이었다.

김형일은 2007년 대전 시티즌을 통해 K리그에 입문해 2008년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누구보다 고난과 어려움을 잘 알기에 앞만 보고 버텼다. 2009년 포항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결승전에서 골을 넣는 등 인상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런 기억이 있기에 자신의 입지에 어려운 변화가 생겨도 견뎌냈다.

겸손함은 김형일의 미덕이다. 그는 "경기에 대한 준비는 늘 하고 있다. 누가 나서더라도 잘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어서 어색함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출전 여부는 황 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니 자신은 그에 따르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황 감독과 마찬가지로 김형일 역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는 "2009년에는 공격쪽에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았다. 지금은 팀워크가 훨씬 좋다. 지금이 좀 더 재미있고 기대도 된다"라며 현재 팀전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개인 욕심은 버린 지 오래다. 출전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김원일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다시 벤치로 밀려나지 말란 법도 없다. 후배 배슬기가 조용히 위협하는 등 여전히 주전경쟁에서 극복해야 할 일이 많다.

그는 "경기에 패해도 서로 어떻게 해보자는 말들을 많이 해서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다. 나 역시 예전보다 경험이 쌓여서 어떻게든 보탬이 되려고 한다. 준비만 잘 된다면 꿈꾸는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라며 긍정론을 설파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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