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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몬스터 콜', 우리 안의 몬스터를 마주하는 법


9월 극장가에서 유일한 판타지 드라마 장르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본문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소년은 매일 죽음을 껴안고 산다. 낮에는 병에 걸린 엄마를 지켜봐야 하고 밤에는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는 악몽을 꾼다. 꿈 속에서 소년은 울부짖으며 벼랑 끝에 매달린 엄마의 손을 있는 힘껏 붙잡는다. 하지만 소년은 안다. 엄마가 떨어질 거라는 것을. 그 순간 소년에게 몬스터가 찾아온다. 몬스터는 왜 소년 앞에 나타났을까.

'몬스터콜'(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빛을 잃어가던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 분)가 자신을 찾아온 상상 속 존재 몬스터를 만난 후 외면하던 상처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지난 14일 개봉, 9월 극장가에서 유일한 판타지 드라마 장르다.

'몬스터 콜'은 판타지에 애니메이션을 더했다. 영화 '판의 미로'(2006)로 아카데미 미술상과 특수 효과상을 수상한 세계 최정상급 크리에이터들이 공동 작업, 판타지 속 상징적 존재 몬스터를 실감나게 만들어냈다. 특히 몬스터가 나뭇가지로 코너를 감싸는 장면은 비주얼뿐 아니라 촉감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로 섬세한 현실감을 전한다.

섬세한 건 기술만이 아니다. 영화는 코너가 겪는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코너가 겪는 현실 자체는 녹록치 않다. 죽음을 앞둔 엄마를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학교 폭력의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코너의 낯빛은 한없이 어둡다. 어린아이라고 하기엔 커버렸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작은 코너는 어린아이와 어른 사이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그 애매모한 경계에서 힘든 삶을 견디는 코너 앞에, 어느 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몬스터가 나타난다.

몬스터가 풀어놓는 3가지 이야기는 동화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야기 모두, 동화와 달리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고 비현실적이지 않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가 올바른 인물인지 선뜻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다. 몬스터는 상상 속 존재이지만, 몬스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현실을 맞딱뜨리게 되는 실제 어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3가지 이야기가 모두 끝났을 때 코너, 너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길 꺼리는 코너에게 몬스터의 요구는 어느새 주문이 된다. 코너는 몬스터가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마다 현실에서 자신의 감정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그동안 꼭꼭 감춰둔 상처, 분노, 슬픔을 드러내도 어느 누구도 자신을 혼내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코너는 배워간다.

몬스터가 코너 앞에 불현듯 나타난 게 아니다. 코너가 몬스터를 불러냈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 이에 대해 꼭꼭 감춰뒀던 코너의 마음들이 조각 조각 모여 몬스터가 탄생했고 몬스터의 몸집을 불린 이는 정작 코너 자신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절박한 용기로, 코너는 자신 안의 몬스터를 마주한다. 영화는 코너가 몬스터를 소환하는 그 과정을 그린다.

코너는 자신안의 몬스터를 외면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렵고 버틸 수 없을 때쯤 우리는 코너처럼 우리 안의 몬스터를 마주해야 순간이 온다. 그래서 '몬스터 콜'은 어둡지만, 밝은 영화다. 어설픈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우리 안의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아주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전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코너의 이야기로.

러닝타임 108분, 12세 이상 관람 등급.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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