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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하정우, 그저 연기할 뿐(인터뷰①)


"애드리브, 감독과 배우의 협업"

[권혜림기자] 하정우는 명실공히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충무로 톱배우다. 현실감 넘치는 '찌질남', 텅 빈 눈빛의 연쇄살인마, 근사한 외양의 총잡이, 정체를 감추고 살아가는 첩보원, 돈에 눈이 먼 사기꾼 백작까지, 하정우의 얼굴을 통해 그려진 캐릭터는 제각기 다른 향취를 뿜어냈다. 출중한 연기력으로 부지런히 스크린을 누벼 온 그에게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을 앞둔 배우 하정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가 내놓은 새 영화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하정우는 터널에 갇힌 평범한 가장 정수 역을 맡았다.

지난 5월 개봉해 흥행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 이어, 하정우는 올해만 두 편의 영화를 내놓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3일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이후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터널'의 김성훈 감독을 가리켜 "영화를 찍는 일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분"이라고 말한 하정우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과의 작업을 즐겁게 돌이켰다.

"최근 함께 작업한 감독들이 모두 그런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었어요. 박찬욱, 최동훈, 김용화, 윤종빈, 어쩌면 그분들의 작품을 통해 오늘의 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그 가운데 김성훈 감독의 경우 일단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아가씨' 현장에도 자주 놀러왔고 중간에 오사카로 3박4일 여행도 함께 갔죠. 시나리오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영화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내놓은 감독이기도 한 하정우는 연출 경험을 통해 영화 현장에서 배우와 감독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체득한 배우다. 그는 "영화를 찍으며 주연배우가 준 아이디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됐다"며 "배우가 때로는 맞는 말을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준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반대로 감독에게 내가 무엇을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터널에 고립된 정수는 '터널'의 서사를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영화 시작 5분여 만에 정수는 터널에 갇히고, 이후의 이야기는 터널 안 정수의 고군분투로 채워진다. 앞서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뉴스 스튜디오에 갇힌 앵커로 분했던 그는 얼핏 비슷한 상황의 인물을 다시 만나 연기에 뛰어들었다. 주어진 환경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인물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하정우의 재능은 부지런히 쌓아 온 경험치와 만나 시너지를 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혼자 연기를 해 본 경험, 이후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과 만났던 경험이 이 영화를 찍을 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처음 김병우 감독과 촬영을 할 때도 쭉쭉 끊지 않고 찍으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10분 분량을 쭉 찍을 때, 그 안에서 나도 예상치 못한 표현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그걸 골라 쓰면 된다고 했어요. 김성훈 감독에게도 그 때의 작업 방식을 말씀드렸더니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역시 3~4대부터 많게는 5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죠."

연출 경험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영화 전체의 그림을 볼 줄 아는 시각도 키워줬다. 하정우는 "이 또한 감독 경험이 좋게 작용한 것인데, 내 캐릭터를 보기보다 전체를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영화가 더 재밌을지, 극명한 상업 영화의 매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 틀을 짜임새있게 만든 뒤에 캐릭터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김성훈 감독과는 어떤 흐름이 있는지, 어떻게 촘촘히 시나리오를 각색할지를 많이 이야기했죠. 지난 2015년 5월 말쯤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감독을 만나고 다음 날 바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아가씨'가 10월에 크랭크업했고 '터널'의 제 첫 촬영은 12월이었어요. 촬영이 2월 초에 끝났죠. 그 때까지 계속 시나리오를 이야기했어요. '아가씨를 찍으며 남는 시간에는 감독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계속 한 셈이죠."

하정우는 통통 튀는 애드리브에 강한 배우다. 한 줄의 대사를 어떻게 하면 더 맛깔나게 뱉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 상황이 주는 우연의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그는 이런 재능을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돌리기보다 감독과의 효과적인 협업 결과라고 표현했다.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그의 재능 뒤엔, 영화를 이끌어가는 감독의 역할을 빛나는 아이디어로 받쳐주면서도 주어진 연기에 충실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삼는 자세가 있다.

"애드리브의 경우, 감독이 아이디어를 많이 주기도 해요. 내가 첫 번째로 말을 꺼내면 감독이 말을 붙이고, 내가 그걸 받는 식이죠. 혼자 했다고 하긴 힘들어요. 의견을 주고받으며 탄생하는 협업이니까요. 김성훈 감독은 배우로서 감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해주는 분이었어요. 만나면 늘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그 자체를 좋아하셨죠. 마치 제가 아이디어 뱅크가 된 것처럼 이것 저것 다 던졌어요. 창피할 때가 있을 정도로요.(웃음)"

한편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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