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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진화' 축구협회 회장 선거, 직능별 의견 담기 성공


대의원 수 늘리고 비밀 투표 원칙 지켜, '신선했다'

[이성필기자] '밀실 선거'라는 지적을 받았던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대의원 제도 확대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축구협회는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53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치렀다. 정몽규(54) 현대산업개발 회장(전 축구협회 회장)이 선거인단 106명의 유효 투표수 98표 중 98표를 모두 얻어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어느 정도 반대 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100% 지지였다.

정 회장은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따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경쟁자가 없는 단독 입후보였지만 자신의 정책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축구협회를 만들겠다"라는 말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당선이 확정되자 "승패를 나눠 갖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꿔 가겠다"라며 축구계의 점진적 변화를 강조했다.

선거는 변원태(한체대 교수) 선거위원장의 주재로 진행됐는데 가장 큰 변화는 공개형 선거였다는 점이다.

과거 축구협회장 선거의 경우 언론에 공개되지 않고 그들만의 선거로 치러져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3년 52대 선거의 경우 정 회장을 비롯해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 윤상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이 후보로 나서 4파전으로 치러졌는데 '감시 기능'이 있는 언론에는 선거 과정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24명(시도협회장 16명, 산하연맹 회장 8명)의 한정된 대의원으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불공정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1,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지면서 더욱 의혹이 증폭됐다. 소수의 대의원이 당락을 가르니 후보자로부터의 금품 수수 의혹도 쏟아졌다. 몇몇 대의원이 표를 약속한 후보에게 자신이 투표한 용지를 촬영해 전송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선거가 끝난 당일 저녁 축구회관 인근 식당에서 술에 취해 나오던 한 후보자에게 "형님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고개를 숙이던 대의원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을 정도였다. 야합이 판친 선거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체육 단체 통합 정책에 따라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연합회가 기존의 축구협회에 흡수되면서 선거 제도에도 변화가 왔다. 통합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시도협회장(17명), 산하 연맹 회장(8명), K리그 클래식 구단 대표(12명), 시도협회 추천 임원(16명), 선수 대표(24명), 지도자 대표(24명), 심판 대표(5명) 등 총 106명의 선거인단으로 구성됐다.

지도자, 선수, 심판 직능 대표들은 새롭게 선거에 참여해 투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축구협회 선거위원회의 무작위 추첨에 따라 대의원 자격을 부여받았다. 전날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를 치렀던 전북 현대 최강희, 수원 삼성 서정원, 광주FC 남기일 감독 등이 대의원 자격을 받았다.

또, 선수 중에서는 이광훈(수원FC), 주민규(서울 이랜드FC), 박대한(인천 유나이티드)이 있었다. 이채로운 부분은 여자축구 WK리그 외국인 선수인 호주 국적의 에이미 잭슨(인천 현대제철)도 대의원 자격을 얻었다는 점이다. 잭슨은 통역을 통해 투표 방법을 전해 듣고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모두 무작위로 추첨했고 통보했다. 외국인 선수가 나온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국내에서 뛴다는 것은 곧 축구협회 집행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투표권을 받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공개형이지만 어떤 투표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안기헌 전무의 아이디어로 선거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의원이 투표소 앞에 대기하고 참관인과 취재진이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안 전무가 FIFA 회장 선거 당시 참관인 자격으로 지켜보고 제안한 결과다.

투표는 기표소를 양쪽에 마련하고 기표구를 가린 뒤 바로 옆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방식이다.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4천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철저한 비밀 선거 원칙을 지키면서도 사진을 찍는 등 이상한 짓(?)을 방지하기 위해 개방형 구조로 설치됐다.

번호를 부여받은 대의원은 스크린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신분 확인을 거친 뒤 투표에 나섰다. 만약 단독 입후보가 아닌 경쟁 후보가 있었다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선거 방식은 이전보다 확실히 투명해졌고 진보했다.

선거에 참석한 대의원들도 한결같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강희 감독은 한 표를 잘 행사했다는 듯 "투표 잘했지 뭐"라고 웃어보였다. 상주 상무 조진호 감독은 "재미도 있고 흥미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선수 대표 중 한 명인 주민규도 "재미있었다. 선수들도 이런 것을 해봐야 한다"라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에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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