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대표팀, 쿠바와 벽 사이 두고 연습

[류한준기자] 일본 오사카 시립 중앙체육관 지하 3층에 있는 보조체육관.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16 월드리그 대륙별라운드 1주차 경기를 위해 일본에 도착한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첫 훈련을 시작한 곳이다.

대표선수들은 15일 오후 보조체육관을 찾았다. 그런데 낯선 광경과 마주쳤다. 코트 한쪽 편에 벽이 세워져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벽 너머에서 쿠바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 한국과 쿠바는 오는 17일 첫 경기에서 맞대결한다.

올해 월드리그는 2016 리우올림픽 때문에 일정이 예년과 견줘 줄어들었다. 종전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6주 동안 12경기를 치렀던 것과는 달리 3주차로 나눠 9경기를 한다.

한국은 이번 1주차에 쿠바, 핀란드, 일본과 각각 경기를 치른다. 오사카 중앙체육관은 메인 코트를 현재 사용할 수 없다. 관중석 설치를 위한 공사가 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참가 4팀은 이런 이유로 체육관 지하에 있는 보조경기장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오사카 도착 첫 날이던 지난 14일 가벼운 웨이트트레이닝만 했던 한국은 이날 네트를 설치하고 기술 훈련을 했다.

김남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몬도플렉스(배구경기 전용 바닥재)가 깔리지 않았으니 무리하지 말고 땀을 많이 흘리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1차전 맞상대 쿠바도 같은 곳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습을 했다. 상대 선수의 목소리와 공을 때리는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한국과 쿠바 코칭스태프는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서로 훈련을 지켜보지는 않았다. 대표팀 김정아 전력분석관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상대 팀 연습을 보고 싶기도 하다"고 웃었다.

한국대표팀은 전날에 비해 훈련강도를 높였다. 가벼운 워밍업 이후 1시간 동안 리시브, 공격, 서브, 수비 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마지막에는 6대6 미니게임도 했다.

쿠바 선수들은 한국보다 20분 정도 훈련을 더 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시차가 없는데 쿠바는 시차 적응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훈련 강도를 높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쿠바는 세계랭킹 15위로 한국(24위)보다 높다. 리우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상대전적 역시 4승48패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밀렸다. 그러나 이번 월드리그에 출전한 쿠바 대표팀은 예년과 비교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대교체를 하면서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4명이나 엔트리에 합류했다.

한국으로서는 지난 2011년 월드리그 이후 5년 만에 승리를 노려볼 만하다. 쿠바와 경기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롤란도 세페다가 뛰기 때문이다. 세파다는 지난달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주최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제 7순위로 OK저축은행에게 지명받았다. 2016-17시즌부터 V리그에서 뛴다.

그는 드래프트에 앞서 열린 트라이아웃 당시 불성실한 태도와 함께 기대 이하 실력을 보였다. 어깨 부상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세파다의 실제 기량을 볼 수 있다. OK저축은행을 비롯해 국내 구단들도 세파다를 보기 위해 일본을 직접 찾을 계획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