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선발' 최영필, 한화전 2.1이닝 1실점 강판

[석명기자] 깜짝 선발 등판했던 KIA 타이거즈의 현역 최고령 투수 최영필(42)이 3회를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제 몫을 하고 난 후의 계산된 강판이었고, 선발 실패라고는 볼 수 없는 교체였다.

최영필은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중간계투로 활동해온 최영필이 마지막 선발 등판한 것은 한화에서 뛰던 2010년 8월 20일 대전 SK 와이번스전. 이날이 근 6년, 정확하게 2천95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에 의한 선발 등판은 물론 아니었다. KIA 선발진에 공백이 생겨 불가피하게 속칭 '땜방' 선발로 노련한 최영필이 기용된 것이었다. KIA는 윤석민과 임준혁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선발진에 가담했던 한기주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2군으로 내려갔다.

마땅한 선발 요원이 없어 김기태 KIA 감독은 이날 한화전에 최영필을 '선발'이라기보다는 '첫번째' 투수로 내세웠다. 그동안 중간계투로 투구리듬을 이어온 만큼 오랜 이닝, 많은 투구수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최영필은 1회부터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이용규를 볼넷 출루시키고 로사리오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 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을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 순간 이중도루를 한 한화 1루주자 로사리오를 포수 백용환이 재치있는 송구로 아웃시켜줘 아웃카운트 두 개를 한꺼번에 올리며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끝냈다.

1회말 김주찬이 솔로홈런을 날려 1-0 리드를 안겨준 가운데 최영필은 2회초도 쉽게 넘기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1사 후 송광민과 양성우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1, 3루 위기에 처했다. 최영필은 차일목을 유격수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함으로써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2회말 KIA 타선이 3점을 보태 4-0으로 앞서간 3회초, 최영필이 또 주자 두 명을 내보낸 후 강판됐다. 무사에 하주석과 정근우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최영필은 무사 1, 2루에서 까다로운 타자 이용규를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시켰다.

1사 1, 2루가 되자 KIA 김기태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나왔다. 투수교체를 위해서였다. 3회초 1아웃을 잡아낼 때까지 최영필의 투구수는 38개. 올 시즌 들어 이전까지 10경기 등판하면서 가장 많은 투구수가 25개였던 최영필이었으니, 이미 한계 투구수를 넘긴 시점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첫번째 투수'로 나서 위기를 잘 넘기며 버텨준 노장 선수를 직접 격려해주며 박준표로 투수교체를 했다.

최영필은 4-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물러났는데, 박준표가 곧바로 로사리오에게 적시타를 맞고 한 점을 내줘 최영필이 책임져야 할 실점이 하나 생겼다. 이후 박준표는 후속타를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2.1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이 최영필의 이날 투구 성적.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고, 선발로서 3회도 못마친 것은 아쉬울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선발 중책을 맡아 최소한의 역할을 해낸 베테랑 투수는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한편, 한화 선발로 나섰던 심수창은 최영필보다 오히려 더 일찍 강판됐다. 2회까지 던진 심수창은 4피안타(1홈런) 1볼넷 4실점을 기록하고 3회 들며 송창식으로 교체됐다. 심수창은 1회 톱타자 김주찬에게 홈런을 맞는 등 2이닝만 던진 것치고는 많은 실점을 했다.

심수창은 야수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2회말 3실점할 때는 유격수 하주석의 야수선택이라든지,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강한울의 번트타구를 잠시 주춤거리다 내야안타로 만들어준 1루수 김태균의 어설픈 수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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