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치인트' 오영곤? 이제 지윤호를 기억할 때(인터뷰)


배종옥과 출연하는 영화 '환절기'로 스크린도 노크

[권혜림기자] 역시 배역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일까. 드라마 속 홍설(김고은 분)을 끈질기게 괴롭히며 '밉상'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순간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얄미워만 보였는데, 화면 밖으로 나오니 여지없이 똘똘하고 잘 생긴 청년이다. 실제 모습과는 1%도 닮지 않은 듯 보이는 캐릭터를 어찌 그리 능청스럽게 그려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종영한 tvN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연출 이윤정) 속 오영곤 역을 연기한 배우 지윤호는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가 발굴해낸 신선한 얼굴이었다. 그간 여러 작품에서 작은 배역들로 연기력을 다졌던 그는 뜨거운 반응 속에 방영된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주목해야 할 신예로 발돋움했다.

6화를 시작으로 11화까지, 그의 등장 분량은 주연 배우들에 비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 속 인물들을 복기하며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오영곤이다. 이는 원작 웹툰에서도 예고된 인물의 개성에 더해 신인 지윤호의 실감 나는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이뉴스24와 지윤호의 만남은 두 번째였다. 지난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와 작은 술자리에서 첫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치즈인더트랩'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드라마를 보니 예상했던 것을 크게 뛰어넘는 임팩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놀라움은 감탄이 됐다. 그 수줍음 많고 예의 바른 청년이 얄밉고 또 얄미운 오영곤이 됐다니, 눈을 의심하게 될 지경이었다.

드라마의 인기에도, 아직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는 것이 지윤호의 이야기다. 아마 드라마 속 모습과 현실 속 그의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일 것이다. 지윤호는 "'오영곤입니다'라고 하면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지만, '지윤호다'라며 다가오는 분들은 아직 없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6화 때 처음 나왔는데, 기사에 좋지 않은 댓글들이 있더라고요.(웃음) 사실 오영곤이라는 인물에 대한 나쁜 글들은 너무 좋았어요. '보시고 욕을 많이들 하셨으면 좋겠다'는 게 목표였으니까요. 하지만 연기에 대한 나쁜 글들은 다른 이야기잖아요. 처음 촬영했던 분량이 6화였는데, 제가 봐도 어색한 느낌이 있었으니 질타를 받아들였어요. 무섭기도 했지만, 이후엔 좋은 댓글들도 보이더라고요. 이건 제 경험일 뿐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갈급한 상황에서 찍은 드라마였고, 오디션에서 수도 없이 떨어진 상황이었으니 더 감사한 드라마였거든요. 운 좋게 '치즈인더트랩'에 출연하게 되고 관심까지 받게 되니 더 바랄 것도 없이 감사해요."

첫 마디부터 반성으로 입을 여는 그에게서, 연기에 대한 욕심과 겸손한 태도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극 중 영곤이 나름의 계획에 따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캐릭터였다면, 지윤호는 곧죽어도 거짓말은 못할 사람에 가까워 보였다. "평소 '순둥이'로 불리기도 하고 어리바리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살았다"는 그는 어떻게 오영곤 역을 밉살맞게 완성할 수 있었을까.

"제 안의 '찌질함'을 극대화하고 싶었어요. 맞고, 도망가고, 그런 장면들을 저만의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공감을 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다른 것은 참조하기보다는 그렇게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여성 친구들에게 '어떤 남자가 싫어?'라고 묻기도 하고, 그 대답들 중 공통된 것들에 주목했죠. 예를 들면 그 눈빛이라든지.(웃음)"

극 중 오영곤은 홍설 역의 김고은, 유정 역의 박해진과 많은 장면들을 연기했다. 지윤호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 감독님까지 너무 좋았다"며 "신인인 저를 위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NG도 많이 냈는데, 동료 배우들은 물론이고 감독님까지 '틀려도 되니 제대로 된 것 하나만 나오면 된다.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돌이켰다.

"대사에서 NG가 나니 정말 죽겠더라고요. 준비한 것의 두 배를 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많았어요. 감독님은 여러 테이크를 가면서도 제가 하고 싶던 것을 다 하게 해 주셨어요. 박해진 선배 역시 제가 NG를 내도 집중을 이어가야 했으니 많이 힘드셨을텐데 늘 같이 웃어주셨죠. 설이(김고은 분)와 상철이 형(문지윤 분)에게도 감사했어요. 마치 학교 수업을 듣듯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이었어요."

실제 성격은 '순둥이'라는 그의 말에 어울리게, 가만히 앉아 웃고 있는 지윤호의 얼굴은 마냥 소년 같다. 하지만 날카롭고 샤프한 이미지 때문인지 강한 느낌의 배역들을 자주 제안받기도 한다. "이왕 그런 것, 더 센 걸 찍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인 지윤호는 "저의 모습과 비슷한 순한 배역에도 욕심이 난다"고 답했다.

"실제 성격이 세지는 않지만, 남자다운 면도 없지 않거든요.(웃음) 그런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당분간 오영곤으로만 기억될 수 있겠지만, 그건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배역으로 불리게 만들면 되는 거겠죠. 지금은 지윤호로 불리는 것보다도, 오영곤이라 불리는 것이 가장 좋아요. 제가 연기한 인물을 기억하며 드라마에 빠지셨다는 거니까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자신있게 연기해 또 다른 인물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지윤호의 차기작은 명필름영화학교에서 내놓는 두 번째 영화 '환절기'(감독 이동은, 제작 명필름영화학교)다. 아들 수현(지윤호 분)과 아들의 친구인 용준(이원근 분) 사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엄마(배종옥 분), 세 사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지윤호가 오영곤이 아닌 또 다른 배역으로 기억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치인트' 오영곤? 이제 지윤호를 기억할 때(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