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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절치부심 이호, 조용한 복귀를 기다린다


지난해 전북 영입 후 부상으로 쉬어, 자존심 회복에 올인

[이성필기자] "7개월이나 쉬었는데…"

전북 현대 중앙 미드필더 이호(32)는 지난해 팬들의 실망을 안고 뛰었다.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의 그는 지난해 전북 유니폼을 입었지만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을 숨기고 참고 뛰다가 더 큰 부상을 당해 재활로 한 시즌 가까이를 보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전북의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리츠 칼튼 호텔에서 만난 이호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너무 의욕이 넘쳐 꼭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경기를 뛰다가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무리하며 참고 버티다가 재활을 해야 했다.

이호는 2003년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2006 독일 월드컵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등 좋은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전북에 올 때 이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호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자 팬들의 비판은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론으로 번지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이호에 대해 "스스로 무엇인가 보여주려다가 더 큰 부상을 당했다. 전북에는 왔고 자기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조급함이 얼마나 컸겠는가"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감독은 "최초에는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는지 몰랐지만 정밀 검사를 하니 4㎝나 찢어져 있더라. 그것을 참고 뛰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주변 근육에도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시간을 갖고 기다렸다가 뛰었어야 했는데 본인도 그렇게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부상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한국적 투혼이 부른 불상사였다. 우승권 팀에 영입이 됐고 국가대표 경력으로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짓누르면서 부상을 견디고 뛰었다. 경기 중 스스로 교체 사인을 내리기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회복을 하고 다시 뛰어도 제대로 낫지 않은 상태라 완벽한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일부 팬들은 댓글 등을 통해 이호가 느려졌다거나 기량이 저하됐다며 다른 팀으로 보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호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이호도 자신의 상황을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올해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목표가 됐다. 지난해 내가 많이 뛰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상으로 11경기밖에 보여주지 못해서 올해는 몸을 잘 만들어 경기에 나서는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팬들이 실망하며 이호를 바라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노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분명히 지난해 많이 뛰지 못했는데 나에 대한 비판이 많은 것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해도 된다. 올해 열심히 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라고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

마음도 편하게 먹었다. 그는 "근육 부상은 오래 쉬어야 괜찮아지더라. 너무 조바심을 내다가 일이 더 커졌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문제가 됐는지 알 수 없게 되더라"라며 혼란의 시기였음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전북 클럽하우스 숙소의 방향까지 바꿨을 정도다. 무덤가가 보이는 숙소에서 호수가 보이는 방향으로 방을 새로 배정 받는 등 심리적인 안정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호의 한 시즌을 지켜봤던 최 감독은 "방이라도 바꿔서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어느새 30대 초반, 팀 내에서는 선참급 자원이 된 이호는 후배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로 거리를 좁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호는 "후배들과는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이주용(24)은 8살 차이인데 나를 친구처럼 대한다. 나도 그런 점에서는 편안하다"라며 조화로운 팀 분위기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음을 전했다.

자신의 팀내 역할도 잘 안다.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격 전개시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는 "빌드업 과정에서 내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안다.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감독님이 부여한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아내 양은지 씨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걸그룹 출신 아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심 대상이 된다. 그는 "진짜 전업 주부가 됐다. 연예인 티는 전혀 나지 않는다"며 "내가 힘들어도 늘 도움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이다. 나에 대한 비판에 속상해하면서도 이해하고 참고 견디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오랜 기간 재활에 매달렸던 지난 시즌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이호는 "팀의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K리그 우승이다. 이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정말 조심해서 몸을 잘 관리해 기여하고 싶다"라며 완벽한 복귀를 예고했다.

조이뉴스24 아부다비(UAE)=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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