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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의 시간, 역사는 도쿄돔에서 반복됐다


2006년 이승엽의 짜릿한 역전홈런…2015년 이대호, 결승 적시타로 화답

[김형태기자] 패색이 짙었다. 적지에서 그렇게 끝나는줄 알았다. 그러나 모두가 체념하고 있을 때 '그'는 일을 냈다. 그가 경기 후반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두르자 공은 도쿄돔의 푸른 인조잔디를 직선으로 갈랐다. 2점이 나면서 경기는 뒤집혔다. 한국은 그렇게 일본의 심장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2006년 이승엽의 원조 도쿄대첩

2006년 3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예선 일본전. 1-2로 뒤진 한국은 8회초 절호의 역전 기회를 잡았다. 1사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인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 이승엽(삼성). 상대 3번째 투수인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와 맞선 그는 볼카운트 3-1에서 가운데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지나치지 않았다. 전광석화처럼 방망이를 돌려 배트의 '스윗스팟'에 정확히 맞혔다. 타구는 쭉쭉 뻗은 뒤 우측 관중석 상단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 취재진은 너나할 것 없이 박수를 쳤다. 믿을 수 없는 장면에 경기장에선 중립을 지켜야 하는 관례를 깨고 힘차게 손뼉을 마추친 것이다. 다음날 국내 거의 모든 언론매체에는 '도쿄대첩'이란 문구가 실렸다.

역전 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은 그 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미국 본선에서도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대회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당시 일본 지바롯데에서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직후였던 그는 여세를 몰아 데뷔시즌서 타율 3할2푼3리(리그 2위), 41홈런(2위), 108타점(4위)을 기록하며 일본 최고의 홈런타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9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19일. 역시 도쿄돔에서 또 한 번의 짜릿한 역전극이 완성됐다. 초대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 0-3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9회초 연속 3안타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뽑으며 뒤집기의 서막을 알렸다. 그리고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날카로운 2타점 역전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4-3으로 경기를 뒤집은 한국은 9회말 일본의 마지막 공격을 무위로 돌리며 기적같은 역전극을 연출했다.

◆9년 전 역사 재현한 2015년 이대호

9년의 시간을 두고 완성된 양대 '도쿄대첩' 뒤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파워히터가 있었다. 원조 홈런왕 이승엽이 9년전 짜릿한 역전극의 주인공이라면 이번에는 '일본시리즈 영웅' 이대호가 한국의 귀중한 승리를 일구어냈다. 둘 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이며 경기 당시 일본에서 뛰고 있던 '지일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승엽이 일본 잔류 뒤 새 팀을 구한 것과 달리 이대호는 일본 생활을 접고 미국 진출을 선언한 게 차이일 뿐이다.

이승엽은 9년 전 한국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홈런을 친 뒤 "가볍게 휘두른 게 넘어갔다. 제대로 공이 들어왔으면 홈런을 치지 못했을 것이다. 투수의 실투였다"며 "변화구가 올줄 알고 기다렸다. 슬라이더를 노린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전날 '영웅'으로 등극한 이대호는 "초구부터 포크볼을 노렸고, 일부러 초구를 봤다. 만약 초구에 속았다면 결승타를 칠 수 없었을 것 같았다"면서 "볼카운트가 유리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해 좋아하는 공을 기다렸고, 먹이가 오자 기다리지 않고 낚아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같은 장소, 같은 팀과의 대결에서 만들어낸 가슴 후련한 승리.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4번타자의 남다른 타격본능이 만들어낸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시간과 사람은 달라져도 역사는 반복됨을 재차 증명한 '조선의 4번타자들'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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