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MC스나이퍼 "연약했던 슬럼프 지나니 깡 생겼다"(인터뷰)


지난 5일 미니앨범 '비카이트 2' 발매

[정병근기자] MC스나이퍼는 여러 힘든 일들을 겪으며 느꼈던 감정을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 '비카이트 1(B-Kite 1)'에 다 쏟아냈다. "다시 듣기가 싫다"고 할 정도로 그에겐 너무 아픈 앨범이다. 1년여 만에 발표한 '비카이트 2(B-Kite 2)'는 공격성을 빼고 차분하게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앨범 테마는 슬럼프를 이겨낸 MC스나이퍼가 자기 자신과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비카이트 1'은 너무 아팠고 듣기 싫어요. 그 감정이 다시 올라오니까. '다시 뛰는 맥박'은 정말 거의 안 들어요. 팬들이 요청을 하면 공연에선 부르겠지만 그 앨범 나오고 나선 듣기 싫더라고요. 슬럼프라고 얘기 했었는데 이젠 많이 가벼워졌어요. 마음을 잘 다스렸으니까 음악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이제 내가 원래 하던 수준 정도 하지 않았나, 이제 좀 감을 찾이 않았나 싶어요."

'비카이트 2'는 지리멸렬한 자가치료를 끝내고 완벽히 슬럼프에서 빠져나온 MC스나이퍼가 세상을 향해 그만의 처방전을 소리로 옮겨 꺼내놓은 앨범이다. 수록된 10곡에는 명확한 대상을 향한 위로가 담겨 있다. 스스로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누군가, 혹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누군가, 아니면 마음속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고 상실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아들이 태어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도 변화가 많았고 내 안의 것들이 치료가 되니까 바깥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힘들고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럼 가진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밖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역시 그랬고, 어쩌면 내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했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려고 하는 거죠."

MC스나이퍼는 구태여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비를 맞는 사람에게 우산을 건네기보다 같이 비를 맞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말을 하기보다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걸 택했다.

타이틀곡 '돌아가요'(Feat. 최영태)가 대표적이다. 한때 '서울스테이션'이란 노래를 쓰기 위해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했고 후에도 많은 사회복지 경험을 하며 느낀 것들을 옮긴 곡이다. 노숙자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많은 이를 위해 노래했다. MC스나이퍼가 노숙 생활을 했던 이유는 비슷한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그들의 시선이 보일 거라고 생각해서다.

또 다른 타이틀곡 '구원'은 아무리 살아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공허함은 욕심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뒤 탄생한 곡으로, 늘 남과 비교하다 보니 많은 걸 가졌음에도 내 삶이 보잘것 없이 보이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곡이다.

"'내 삶이 힘든데 노래를 들으면서도 힘들어야 해?' 이럴 수도 있어요. 전 그냥 누군가의 걷는 걸음을 잠깐 멈추게 해준다면 만족해요. 같은 사물을 바라봐도 다 다르잖아요. 여자를 봐도 스타일이 다 다른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누군 좋은 차가 먼저 보일 것이고 누군 금목걸이가 보일 수도 있고. 저에겐 이런 것들이 보인 거에요."

앨범에는 '뉴스 봤지? 세모녀법 너 잘 들어 우리 세 가족 뒤지고 나서야 생기는 거야 그런 건'('1571' 중) 같은 사회풍자도 있고, '난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나그네 저 달을 썰어 하늘에 뿌리면 별이 돼 지나온 시간들은 시가 되고 음이 돼'('로스트 스타' 중) 처럼 '힙합 음유시인'다운 표현들도 있다. '두려울 건 없어 솔개처럼 날 좀 먹던 과거는 공개 처형'('솔개' 중) 처럼 그만의 방식으로 용기를 북돋워준다.

"회사 운영을 하면 이상한 눈치가 보여요. 세상 눈치를 봤는데 지금은 그게 없어졌어요. 슬럼프 땐 연약했었죠.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썼느냐가 더 중요했고 내가 의도한 가사를 정확히 이해하면서 듣고 있는지 그런 게 더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마음이 아프고 그러니까 오히려 신경을 쓰게 되는 게 많더라고요. 지금은 또 예전처럼 그런 게 좋아지고 있어요. 이제 다시 깡이 좀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MC스나이퍼 "연약했던 슬럼프 지나니 깡 생겼다"(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