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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수지, 꽃으로 피어난 소녀의 노래(인터뷰)


"판소리 연기, 도전이었지만 해 보고 싶었다"

[권혜림기자] 3년 전, 그룹 미쓰에이의 인기 멤버 수지의 스크린 데뷔는 영화계가 반길 만한 사건이었다. '20대 여배우 기근'을 앓던 충무로에 깨끗하고도 신선한 마스크의 신예가 등장했으니 반향도 컸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어린 서연으로 분했던 수지는 전국 남성들의 첫사랑 향수를 자극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멜로가 흥행하던 시절은 갔다'는 극장가 흥행 전망이 우세했지만, 배우 이제훈과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그려낸 수지의 맑은 눈망울은 결국 관객몰이에 힘을 보탰다.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이었다.

본업이었던 가수 활동에 더해, 수지는 드라마를 통해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건축학개론' 이후 3년, 그는 두 번째 영화로 '도리화가'(감독 이종필, 제작 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를 택했다. 데뷔작으로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를 꿰차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그가 고심 끝에 고른 차기작이었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수지는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으로 분했다. 사투리부터 판소리까지, 배울 것도 짊어질 것도 많은 배역이었다. 촬영을 위해 수지는 1년 간 판소리를 연습했다. 소년인 척 판소리학당 동리정사를 찾는 채선을 그리기 위해 얼굴에 숯칠은 물론 남장까지 소화했다. 청춘 스타들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전형적 캐릭터 대신, 차별에 굴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 여류 명창이 되길 택했다. 소리꾼이 되고 싶었던 채선의 꿈을, 스승 신재효와의 연정을, 수지는 노래를 통해 꽃으로 피워냈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도리화가'의 개봉을 앞둔 배수지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수지는 고단했지만 배운 것 많았던 촬영 현장을 돌이켰다. 쉬운 길을 두고 만만치 않은 준비 작업이 필요했던 '도리화가'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답했다.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이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했어요. '아, 이것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를 읽고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침대에서 이 시나리오를 읽으며 가슴 속에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기억을 준 작품이 이 영화였고 그래서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흥선대원군(김남길 분)의 앞에서 스승 신재효와 함께 춘향가를 부르던 장면은 명창으로 거듭나게 되는 진채선의 재능과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만나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이날 수지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신재효의 눈을 바라보며 열창하는 채선의 모습을 그리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 장면을 돌이키며 배수지는 "배의 흔들림 때문에 힘든 기억은 없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다"며 "노래와 감정에만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가수 출신의 배우라지만, 낯선 판소리를 체득해 연기에 뛰어들어야 했던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배수지는 판소리를 배우기 전 걱정은 없었냐는 질문에 "완전 많았다"고 답하며 웃어보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판소리에 걱정이 컸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싶었죠. 처음에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이니까요. 나중엔 그 걱정보다는 이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어요. 어쨌든 도전이었어요. 판소리를 하는 것도, 캐릭터를 맡는 것도 도전이었지만 해 보고 싶었어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 해 보고 싶었다는 마음이었죠.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었어요. (가수 활동 당시와 비교해) 발성도 아예 다르고요. 판소리를 사실 잘 몰랐기 떄문에 더 힘들었죠.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고 연습하니 목도 너무 상했고요."

'도리화가'는 명창 진채선과 그의 스승 신재효의 이야기인 동시에, 소리에 감화됐던 소녀가 노래를 배우며 변모하는 모습을 그린 성장물이기도 하다. 배수지는 "채선도 성장을 하지 않나. 초반의 채선은 소리에 미숙한 상태이니 크게 부담 없이 채선처럼 열심히 하는 마음만 가지려 했다"고 돌이켰다.

함께 호흡한 류승룡의 성실한 모습을 보면서는 연기에 임하는 태도 역시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배수지는 류승룡의 지저분한 대본을 떠올리며 "대본이 아니라 걸레 같을 정도였다. 대본을 너무 많이 보셔서 다 찢어져 있고 펜으로 많이 메모도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보며 놀라서 나도 뭘 빼곡하게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반성을 하기도 했다"며 "스승님(류승룡 분)에게 그런 이야길 했더니 '그거 다 맛집 리스트야'라며 장난을 하시더라"고 덧붙이며 웃어보였다.

영화 데뷔작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핫스타로 떠오른 배수지는 이 무거운 수식어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그는 "너무 좋은 수식어이기도 하면서 넘어서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깜댕이'로 나오는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 제 이미지 같은 것을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한 "그래서 빨리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며 "국민 첫사랑도 영화 이미지 때문에 나온 수식어"라며 "그것에 부응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당찬 답을 내놨다.

한편 '도리화가'는 '전국노래자랑'의 이종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25일 개봉해 박보영, 정재영 주연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와 한날 흥행 경쟁을 펼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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