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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김정훈 '제2의 배구인생'


삼성화재 은퇴 후 재기 "코트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

[류한준기자] 4득점에 그쳤지만 값진 점수다. 적어도 김정훈(OK저축은행)에겐 그랬다.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은 지난 3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1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2, 3, 4세트를 가져가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OK저축은행 승리의 주역은 올 시즌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시몬(쿠바)과 송명근이었지만 김정훈도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김정훈은 3세트에서 상대 공격을 두 차례 막아냈다. OK저축은행이 리드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카드도 전열을 가다듬고 추격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김정훈의 손에 두 차례 상대 공격이 걸렸다.

우리카드는 이 가로막기에 추격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이 3세트를 25-12로 여유있게 따내며 승기를 잡는 데는 김정훈의 역할도 중요했다.

김정훈이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송림고와 경기대를 나온 그는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당시 소속팀에서는 신진식(현 삼성화재 코치)의 뒤를 이을 후보 중 한 명으로 김정훈을 꼽았다. 그런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시절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삼성화재로 다시 돌아온 뒤 여전히 자리를 못잡았다.

연차는 쌓여가는데 부상까지 찾아왔다. 배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를 다쳤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그를 전력 외 선수로 분류했다. 샐러리캡 문제도 있었다. 그는 결국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훈은 "그래도 배구공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고 힘들었던 시절을 돌아봤다. 치료와 재활을 꾸준히 하면서 어떻게 하든 다시 코트에 설 기회를 찾았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6월 김정훈은 삼성화재 시절 팀 선배이자 OK저축은행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세진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다시 프로선수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백업 센터 전력을 찾던 가운데 김정훈 영입을 결정했다. OK저축은행 합류 초반 주변 시선은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이 후배를 위해 자리를 만들어줬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부상 후 제기량을 회복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김정훈은 "그런 오해나 의심이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더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냈다. 지난 8월 팀과 정식계약을 맺고 다시 V리거가 됐다. 김정훈은 원래 레프트였으나 삼성화재 시절 센터로 자리를 바꿨다. 신치용 현 삼성화재 단장(당시 감독)이 내린 결정이다. 신장(192cm)과 비교해 팔길이도 길고 서전트 점프가 높기 때문에 블로커로서 재능을 높게 봤다.

김정훈은 "지금 이렇게 다시 코트에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팀에게 고맙다. 감독님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최근에는 백업이 아닌 선발 센터로 경기에 뛰고 있다.

김정훈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있었을 때 그를 알뜰하게 챙긴 고희진도 최근 직접 전화를 걸어 후배를 격려했다. 김정훈은 "(고)희진이 형이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기쁘다'고 했다"며 웃었다. 고희진은 최근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코트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비록 이제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새롭게 시작한 후배의 활약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수석코치는 "(김)정훈이는 공을 좀 더 세게 쳐야 한다"고 주문한다. 석 코치는 "속공을 시도할 때 그렇게 살살 치면 어쩌냐?"고 웃었다. 김정훈은 "아직 어깨 상태가 100%가 아니라 그렇다"고 답했다. 그래도 김정훈은 우리카드전에서 3차례 속공을 시도해 1점을 올렸다. 오픈 공격도 한 차례 성공했다.

김정훈은 최근 배구할 맛이 더 난다.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있다. 아빠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0년 레이싱모델 출신 방송인 육지혜 씨와 가정을 꾸렸다. 그동안 아이가 없었으나 결혼 5년 만에 첫 아이가 태어났다.

김정훈은 "이제 백일이 넘은 딸"이라며 "이름은 애림인데 정말 예쁘고 귀엽다"고 자랑했다. 우리카드와 경기를 앞둔 전날에도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며 딸의 얼굴을 봤다. 김정훈은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더이상 아프지 않으면서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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